
속보=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세)은 첫 재판에서 “전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14일 오전 10시 40분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 기일에 참석한 정유정은 밝은 초록색 계열의 수용자 옷을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가슴에는 강력범 혹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켜 관찰 대상 수용자에게 달리는 노란색 명찰이 보였다.
정유정은 검찰로 송치될 당시 동래경찰서 포토라인에서 언론에 공개됐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단발머리의 정씨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동그란 테의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법정에 들어선 정유정은 주변을 잠시 살펴본 뒤 이내 자리에 앉았다.
정씨는 개인정보 등을 확인하는 판사의 물음에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최소한의 답변만 이어갔다.
판사가 생년월일, 주소 등이 맞냐고 물으면, 힘이 빠진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정유정의 반대편에 앉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읊을 때는 이전과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인적 사항 확인을 마친 뒤 담당 검사가 정씨의 범행 내용을 구체적으로 읽기 시작하자, 정씨는 고개를 들고 검사를 계속 주시하기도 했다.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정씨 변호인은 "세부적으로는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인정한다"고 답했다.
판사가 정유정에게도 같은 입장이냐고 묻자 정씨는 다시 고개를 숙인 채 짧게 "네"라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다음 달 한 차례 더 예정된 공판준비 기일에서 정씨가 반성문에 적은 가족과 학교 생활과 관련한 내용을 더 상세히 적어 제출하라고 하자 정씨는 고개를 더욱 숙이며 "네"라고 답했다.
특히 판사는 정유정이 최근 제출한 반성문에 대해 "반성문의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가 반성문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대답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정씨의 지인이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재판이 끝나자 걸어 나가던 정씨는 방청석은 살펴보지 않고 판사석을 향해서만 인사를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1일 오전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취업준비생이던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40분께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택시를 타고 경남 양산 낙동강 인근 숲속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정유정은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범행은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하루 뒤인 27일 오전 6시께 정유정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피해자의 나머지 시신을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했다.
정유정은 긴급체포 이후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경찰 조사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고 범행을 자백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살기도 했으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못 받다가 아버지의 재혼으로 크게 상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2014년 아버지와의 말다툼 과정에서 아버지가 폭력을 행사하자 가정폭력으로 신고한 적도 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할아버지·새 할머니와 살다가 새 할머니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검찰은 정유정이 가족들과 잦은 불화를 겪으면서 대학에 진학해 독립하기를 희망했으나, 대학 진학과 공무원 시험에도 실패하는 등 어려운 경제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한 강한 불만이 원망과 분노로 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원망과 분노는 올해 5월 20일 할아버지와 집 청소 문제로 말다툼하다가 살인으로 해소하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이렇게 쌓인 분노들이 정유정의 사이코패스적인 성격과 결합해 끔찍한 범행을 하게 되는 동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검 심리분석관이 분석한 결과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경찰이 조사한 28점보다는 낮은 26.3으로 조사됐지만 여전히 위험한 상태로 평가됐다.
사이코패스는 사회 규범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자신의 이득에 따라 타인의 권리를 쉽게 무시하고 침범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