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이산 정상에서 바라 본 6월 철원평야의 모습은 온통 녹색빛이다. 빽빽히 심어진 벼가 무릎 높이로 자랐고 쌀알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오대쌀의 고장이라는 명성은 한 눈에 담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넓은 철원평야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평야 한 켠에는 군(軍)의 민통선 초소를 통과해 논으로 향하는 농민들의 차량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시선을 옆으로 조금만 옮기면 보수공사로 가림막이 설치된 노동당사가 보인다. 또 지난해 7월 개장해 철원읍과 동송읍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철원역사문화공원도 눈에 들어온다. 평일인데도 공원 곳곳을 누비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소이산 모노레일을 타며 즐거워 하거나 옛 철원우체국에서 편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제법 익숙하다. 오대쌀 또는 군(軍)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소재에 머물렀던 철원은 불과 2년 만에 관광도시로 급격하게 변화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회 접경지역 특위가 주최하고 강원연구원이 주관, 본보가 후원해 최근 열렸던 '강원특별자치도시대 접경지역 관광활성화 전략포럼'에서도 '변화된 철원'은 단연 화제였다. 토론에 참여한 고성지역의 한 참가자는 "철원은 오대쌀로 유명한 농업군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주말과 휴일이 아닌 평일에 철원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많은 관광객들을 보고 놀랐고 한탄강주상절리길과 고석정꽃밭 등을 둘러보고 또 한번 놀랐다"며 "바다와 산, 호수 등 뛰어난 자연환경을 지닌 고성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지자체가 자연환경을 활용한 관광객 유입을 바라지만 지자체의 예산 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점과 함께 관광개발을 시작하더라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들리는 대목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강원특별자치도 관계자도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의 성공은 강원자치도 내 접경지역에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며 "접경지역과 수도권과의 접근성 개선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철원의 경우 타 접경지역보다 수도권과 가깝고 훌륭한 관광시설이 마련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일치기 관광객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야간 경관을 활용하고 대규모 숙박시설 확보 등을 통해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대쌀과 군(軍)의 고장이던 철원은 '관광'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체로 지역에 활기가 돌아 좋고 이로 인해 지역 상경기도 살아나 기쁘다는 의견, 자랑거리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만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던지,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크게 올랐다던지, 관광객이 너무 많아 지역맛집을 가기가 쉽지 않다는 등 불편해진 일상을 마주하는 주민들의 여론도 만만찮다. 관광객 유치에 애를 쓰는 타 지자체의 고민에 비하면 애교 넘치는 불만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생각하게 된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군사와 농업, 환경, 산림 등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있던 철원은 또 다른 변화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지속되는 쌀 소비 감소로 근간부터 흔들리는 쌀 농업, 지역 인구감소의 신호탄이자 진행형인 국방개혁2.0에 대한 대책 마련, 정주여건 개선 등이 그것이다. 특히 수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지역의 인구감소세는 우려스럽다. 철원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내 접경지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인구수를 가졌다는 군민들의 자부심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다. 관광을 통해 긍적적인 변화를 이룬 것처럼 철원의 또 다른 진화(進化)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