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젤렌스키 "카호우카 댐 파괴 배후는 러시아가 분명…우리가 대반격을 그쪽으로 개시하는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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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적십자, 도움요청에도 현장에 안가 충격과 깊은 실망"
푸틴 "댐폭발,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 초래한 야만적 행위"

◇카호우카 댐 파괴로 침수된 거리[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 댐 파괴의 배후는 러시아가 분명하다며 "러시아는 우리가 대반격을 그쪽으로 개시하는 데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독일 빌트와 인터뷰에서 "그들은 전투에서 질 것을 알고 있고, 이 일대 우리 영토의 수복을 오래 끌어 어렵게 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1년 전부터 댐에 지뢰가 설치되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무엇인가가 일어날 것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고 이를 우리 협력국과 공유했다"면서 "모든 이들은 적이 우리가 영토 수복을 위해 해당 지역에 침투하는 것을 느끼면 댐을 폭파할 위험이 높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이 폭발과 함께 붕괴해 엄청난 양의 물이 주변 마을을 덮치면서 지금까지 주민 7명이 실종되고 수만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수량이 18㎦로 한국 충주호(27억5천t)의 6.7배 규모인 이 댐은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동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군에 점령됐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는 증거는 제시할 수 없다"며 "우리가 현장에 갈 수 있다면 증거를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조사에는 국제적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해당 참사는 러시아와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이들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확신하며, 놀랍지 않다"면서 "이제 우리에게는 고문, 성폭력 등 러시아가 하는 일은 더 이상 하나도 놀랍지 않다. 이는 모두 일어난 일이고, 그들이 전쟁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람과 동물들이 숨을 거뒀다"면서 "사람들은 침수된 집 지붕에서 익사한 시신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이는 맞은편에서는 다 보인다. 점령된 헤르손 지역에서 사람들을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탄했다.

그는 "우리 군이나 구조자들이 사람들을 구하려고 시도하면 점령자들은 먼 곳에서 사격을 가한다"면서 "그 후과는 범람 수위가 낮아지면 수일 내에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참사가 일어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야 할 유엔과 적십자는 현장에 없다며 "우리는 도움을 요청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나는 깊이 실망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환경 참사이자 인재"라면서 "이는 우리의 대반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반격이 시작되면 모두가 보고 느끼고, 시작됐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댐 폭파로 전쟁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쩌면 몇몇 사람들이 드디어 러시아가 어떤지 이해하는 계기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일(현지시간)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을 찍은 미 상업위성업체 맥사(MAXAR)의 위성사진.

한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노바 카호우카에 있는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수십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카호우카 댐 파괴와 관련해 대책 회의를 연 뒤 텔레그램을 통해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저수 시설 중 하나가 파괴된 것은 전적으로 고의적"이라며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식수에 정상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대피와 함께 긴급 식수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드니프로강 좌안을 점령 중인 러시아 당국이 주민 대피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국제기구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번 댐 파괴로 인해 남부와 동남부의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자포리자, 미콜라이프, 헤르손 지역 일부가 물 공급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지금 최우선 과제는 러시아 테러 공격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인프라개발부는 하루 약 30만㎥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총길이 87㎞의 수도관 건설에 15억 흐리우냐(약 534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호우카 댐 파괴로 침수된 거리[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 보건부는 범람 과정에서 드니프로강을 따라 발달한 산업단지에서 각종 화학물질 또한 쓸려 내려갔을 수 있는 만큼 주민들에게 안전한 생수만 마시고 요리할 때 안전한 물을 사용할 것을 촉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이 폭발로 파괴된 상황을 두고 "야만적 행위"라며 우크라이나 측에 책임을 돌려 비난했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카호우카 댐 폭파에 대해 "대규모 환경·인도적 재앙을 초래한 야만적 행위"라고 말했다고 크렌린궁이 전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는 서방 기획자들의 제안에 따라 여전히 적대행위 고조에 의존하면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공개적으로 테러 수단을 사용하며 러시아 영토 내에서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를 조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호우카 댐 폭발 사건을 규명할 국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동일한 주제를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6일(현지시간) 원인불명의 폭발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파괴돼 홍수가 발생한 인근 노바 카호우카 지역에서 한 주민이 차량 위에 고립된 모습.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연락을 이어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서는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이 폭발과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댐은 헤르손·자포리자주 등지에 걸친 2천155㎢ 크기의 호수를 만든다. 이 호수의 저수량은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에 맞먹고, 한국 충주호가 담은 물(27억5천t)의 6.7배 규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이 댐을 고의로 폭파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라고 규정하며 맞선 상황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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