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탄강 인문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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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시리즈
시인 묵객이 남긴 시·그림·역사적 사실 수록

그동안 강원도와 관련된 인물, 장소를 소재로 한 인문기행 서적을 선보여 온 권혁진 강원한문고전연구소장이 이번에는 한탄강을 인문학적 시선에서 바라본 ‘한탄강 인문기행’을 펴냈다. 권 소장은 유네스코(UNESCO)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의 물줄기 곳곳에서 만난 스물 여섯 곳의 지질명소와 함께 철원 대교천·화강·용화천, 포천 영평천에서 조우한 명승의 이야기를 책 안 가득히 담아냈다.

저자는 어떠한 장소에 대한 묘사를 하면서 ‘그곳’을 지나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詩)와 그림, 그리고 역사적 사실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한탄강 협곡과 현무암 절벽의 절경이 발길을 잡게하는 ‘정자연(亭子淵)’에 대해 설명이 있는 책의 첫번째 챕터부터 그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강원감사를 지내기도 한 철원 출신의 문신 월담(月潭) 황근중(1560~1633)을 등장시켜 그가 노년을 보내기 위해 한탄강 가에 지은 ‘창랑정’이라는 정자가 유명해 지면서 그 앞에 있는 연못처럼 깊은 강을 일컬어 ‘정자연’이라고 불렀다는 지명 유래에 대한 설명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저자의 감상이 주를 이루는 여느 여행기나 기행문과는 다른 류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기에 ‘정자연’이 겸재 정선이 그린 지경산수화(정자연도)를 통해 명성을 떨치게 됐고, 화첩 ‘해악전신첩’과 ‘관동명승첩’에 포함된 사실을 알린다. 또 해당 화첩에 실린 이병연의 제화시(題畫詩·그림의 제목과 관련된 시를 지어 화면에 적어 놓은 시)를 소개하는 등 방대한 자료들을 제시해 책 보는 재미를 더 한다.

‘고석정’에 대해서는 시와 산문을 읊조리는 ‘문학창작의 장소’였다고 설명하면서 오래되다, 높다, 외롭다 등 10개의 키워드에 맞춰 조선시대 문신 이민구, 강원도관찰사를 지낸 성현, ‘동상집’을 지은 허진동 등의 시를 소개하고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들머리이기도 한 ‘순담계곡’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수색집’을 남긴 허적이 고석정을 구경하러 가는 도중에 만난 선경으로 묘사하며, 그가 남긴 ‘만석담(萬石潭)’이라는 시로 당시 허적의 마음이 이러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이 만난 명승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그동안 축적한 인문학적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적, 역사적, 문화적 함의를 해석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를 방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한탄강 역사 해설서’로 삼을 만 하다. 일독을 권한다.

권혁진 소장은 “이 책은 한탄강 유역의 26곳 지질명소를 지질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그밖의 장소에서 문화적인 의미를 찾는데 주안점을 주었다”며 “한탄강은 지질, 역사, 문화, 생태 등이 어우러져서 흐르는 강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산책 刊. 296쪽.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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