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의 맛·지역의 멋]아리랑 고개고개 ‘쉼표’ 같은 여름 장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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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슐랭가이드 (7) 정선아리랑시장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 공연

구불구불한 ‘아라리 곡조'

2·7일마다 열리는 5일장

주말 장터에 가득 울려퍼져

올챙이국수·콧등치기국수

다양한 토속 음식들 군침

정선아라리촌서 추억여행

병방치 짚와이어 타고 ‘씽씽'

춘천에서 정선 가는 길은 몹시도 구불구불하다. 곡선의 도로는 많은 것을 품어낸다. 키가 다 자란 옥수수부터 아직 덜 자란 옥수수, 밭을 돌보는 이의 굽은 허리까지. 앞만 보고 달려서는 함께하지 못할 많은 풍경이다. 굽이굽이 여름철 도로를 달리며 보는 풍경은 온통 초록이지만 다 같은 빛깔이 아니다. 짙은 초록색과 물기를 머금은 듯 싱그러운 초록색, 햇살이 그 부분만 비친 듯 빛을 내는 색까지 조금씩 다른 색깔이 어우러진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안고 고개를 넘다 보면 구불구불한 곡조의 아라리(정선아리랑)가 들려오는 정선아리랑시장에 다다른다. 2일과 7일마다 열리는 5일장과 주말장이 되면 장터공연장에는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의 소리부터 흥겨운 공연이 가득하다.

시끌벅적한 장터 한복판에는 ‘명인'이 산다. 어디서 인증을 받은 명인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정답게 우리 곁을 지키는 이웃집 ‘명인'이다. 곤드레 나물을 팔고 있는 변옥녀(71) 어르신이 그 주인공. 정선 여량면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들려주는 아리랑을 자연스럽게 듣고 자랐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나,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세요.”

강이 불어 만나러 가지 못하는 처녀 총각의 한을 담았다는 가사, 글은 몰라도 노래로 부를 수 있는, 때로는 굴곡진 삶의 애환, 때로는 신명과 흥을 담아 사람들을 위로해 왔을 아리랑이었다. 누구라도 부를 수 있고 노랫말을 붙일 수 있었던 정선아리랑은 이름 없는 이들이 조금씩 쌓아 온 이야기이자 삶의 일부였을 테다.

많은 종류의 가사를 갖고 있는 아리랑처럼 정선아리랑시장에는 다양한 토속 음식이 가득하다. 1969년부터 햇수로 54년째 시장의 한 자리를 지켜오며 잡화를 팔아 왔다는 김화자(78) 시대잡화 사장이 올챙이국수, 콧등치기국수, 곤드레밥, 메밀국죽, 메밀전병 등 시장의 먹거리를 읊다가 음식 만드는 법도 일러준다. 올창묵이라고도 불리는 올챙이국수는 옥수수를 맷돌에 곱게 간 가루와 전분가루 조금을 큰 솥에서 눌지 않도록 끓인단다. 뜸을 들여 뭉글뭉글해진 옥수수를 틀에 꾹꾹 누르면 쫄깃쫄깃한 올챙이국수가 나온다. 거기에 김치를 송송 썰어 양념간장과 깻가루를 섞은 꾸미(고명)를 올려 먹으면 된단다.

건강한 음식들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근처를 둘러보면 정선의 옛 주거문화를 볼 수 있는 정선아라리촌과 레일바이크 같은 즐길 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정선 병방치 짚와이어를 타면 옛사람들이 오르내렸을 산자락과 요동치는 동강을 한번에 느낄 수 있다. 안전벨트를 하고 하강을 기다리며 두려움에 떨기도 잠시, 가로막고 있던 벽이 툭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순간 절경 속에 낙하한다.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초록 빛, 굽이치는 물줄기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넋을 잃고 그 속에 푹 안기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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