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기획]제주 범죄·사고·생활 불편 급증…주민 “복리 증진 기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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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청사진 제주에서 찾는다 (6) 퇴보하는 주민 삶의 질

◇지난달 23일 제주특별자치도청사 입구에 각종 주장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폐기물 발생 수용 용량 넘어서

교통사고·정체 주민불만 심각

사회적 갈등 전국적 논란 촉발

강원특별자치도가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국내 1호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제주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인구와 재정, 지역내총생산(GRDP) 등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뤘으나 그 이면에는 일부 주민 삶의 질이 퇴보하는 등의 부작용도 노출하고 있다. 다만 제주의 선례를 반면교사할 수 있다는 점은 강원특별자치도에 기회요인이다. 제주 현장취재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폐기물, 교통사고 발생 등 사회지표 추락=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첫해인 2006년 제주지역의 일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580톤 수준으로 전국 발생량의 1.2%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하루 1,314톤, 2019년에는 1,214톤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18년 기준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2.3%를 차지한다. 제주도의 인구가 67만명으로 전국 대비 1.3%, 면적은 1.9%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섬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쓰레기가 매일 쏟아지고 있다. 2006년 대비 제주의 생활폐기물 증가량은 전국 1위다. 제주도는 매일 발생하는 쓰레기의 40%가 관광 분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관광객이 3배가량 늘었고 덩달아 쓰레기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2006년 인구 1,000명당 602건에서 2019년 668건으로 급증해 전국 1위다. 전국 평균(444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렌터카 관광이 정착하며 인구 1명당 자동차등록대수 역시 2006년 0.4대에서 0.9대로 2배 이상 늘어 전국 1위다. 이로 인한 차량 정체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주의 인구 1,000명당 범죄 발생 건수는 2006년 44건에서 2019년 38.9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1위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고문은 “주민들이 생활의 편의에 대한 불만이 있다. 교통난도 심해졌고 쓰레기난, 오폐수 처리 등의 문제가 섬이 소화할 수 있는 용량을 계속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민원·사회적 갈등=지난달 23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청과 특별자치도의회 청사 앞에는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내건 다양한 의견의 현수막 10여개가 눈에 띄었다. 청사 앞에서 강원일보 취재진을 만난 홍명환 전 제주도의원은 “지금은 선거철이라 현수막과 시위가 그나마 적다. 평소에는 수십개의 현수막이 도청 주변 도로를 뒤덮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모든 권한을 도청이 갖고 있으며 시청에서는 해결이 안 되니 도에 민원이 쏟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는 유독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사회적 갈등이 많다.

전국적인 영리병원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제녹지병원, 외신까지 주목했던 2018년 예멘 난민 대거 제주 입국 논란 등이다. 국내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 정부·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 기관만 설립할 수 있지만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에서는 외국 기업이 병원을 설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민감한 이슈인 의료민영화와 의료공공성 약화 논란을 촉발했다. 2018년 제주로 입국한 예멘 난민 484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며 인권 차원의 난민 수용과 난민 수용 반대라는 가치 충돌로 번진 일 역시 외국인에게 한 달간 비자없이 체류를 허가하는 제주특별법에서 비롯된 일이다. 특별자치도가 각종 정책의 전국 도입 전 일종의 시험대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주민 과반 복리 증진 효과 기대 이하=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주민 1,010명을 대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복리 증진 기여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7%가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7.9%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8.7%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부정적 응답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분야에 대해선 31%가 ‘청정 환경 보전관리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제주도민 사이에서 난개발로 인한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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