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법정칼럼]미성년자 빚 대물림 구제

신창용 춘천지법 판사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단순승인,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고(민법 제1019조 제1항), 상속인이 위 기간 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거나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26 제1, 2호). 현대사회에서 가족형태가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거나 조사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1026조 제2호는 신고기간이 도과하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간주했기에 헌법재판소는 위 민법 조항이 상속인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2002년 민법이 개정돼 상속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위 기간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됐다(민법 제1019조 제3항).

그런데 현행 특별한정승인제도하에서는 미성년 상속인이 상속채무로부터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대법원은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특별한정승인제도의 요건인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민법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미성년자에 대한 상속이 개시된 후 채권자가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에게 상속채무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소장부본이 법정대리인에게 송달되면 그날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인지했다고 보아 그날로부터 특별한정승인 기간이 기산된다.

그런데 친권자나 미성년 후견인이 미성년자를 방임하거나 법률지식이 부족해 미성년자의 상속채무를 청구하는 소장부본을 송달받고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미성년자는 상속채무를 그대로 승계하게 되고 개인파산을 통해 채무를 면책받는 방법 외에는 다른 구제방법이 없게 된다. 개인파산선고를 받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고 변호사 등 일정한 자격 취득이 제한되며, 면책결정 등에 의해 복권이 되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학자금, 전세자금 등의 대출이 제한되는 불이익이 발생하므로, 개인파산에 의한 미성년자 구제는 온전한 구제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2021년 12월경 부모 등 친권자가 모두 사망한 미성년자에 대해 상속 신고, 후견인 지정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률 지원 체계를 마련했으나, 이러한 대응책만으로 친권자 내지 미성년 후견인이 미성년자의 보호를 해태하는 경우까지 구제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민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법무부가 2022년 4월 5일 ‘미성년자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민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를 했다.

개정안은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안 날부터 6월 내(성년이 되기 전에 안 경우에는 성년이 된 날부터 6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호되는 미성년자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해 개정법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신설규정에 따른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신속히 입법절차가 진행돼 하루라도 빨리 대한민국의 많은 미성년 상속인이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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