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찬바람 들고 곰팡이핀 부엌 대신 화장실서 따뜻한 물로 씻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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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주거권 보장 캠페인

생계 책임진 어머니 질환 앓아

깨지고 낡은 집 수리조차 못해

부식돼 위험한 연탄보일러 교체

화장실엔 샤워기·양변기 설치

“따뜻한 물로 세수하고 샤워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지어진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집에서 엄마, 동생과 함께 사는 15세 준호(가명)에게 겨울은 힘든 시기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철판을 덧댔지만, 겨울 매서운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방 한 칸에 가족 모두 이불을 두른 채 서로의 온기로 기나긴 겨울을 버텨야만 하다.

출입문 유리는 파손된 채 방치됐고, 수건과 단열 벽지로 막아 놓은 상태다.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엌의 벽은 곰팡이로 뒤덮였고, 부엌 한쪽에서 씻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흙바닥에 놓인 연탄보일러는 부식이 너무 심해 에너지 효율은 고사하고 가스 누출이 우려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홀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머니는 질환으로 장기간 일을 하지 못하다 보니 집을 수리하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지경이다. 준호는 이 집에서 태어났고, 또 떠나지 못한 채 15번의 겨울을 맞이해야만 했다. 준호의 꿈은 목수다. 어머니와 동생이 편히 살 수 있도록 직접 집을 고치기 위해서다.

지역사회가 ‘따뜻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준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힘을 모았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는 아동 주거환경 개선사업 일환으로, 집수리 봉사활동을 펼쳤다. 연탄보일러를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했고, 따뜻한 물로 씻고 싶다는 준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화장실에 샤워기와 양변기를 설치했다.

“자다가 밤 중에 일어나서 연탄불을 갈아야 했고, 연탄가스 누출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는데 이제 밤에 깨지 않아도 되고 너무 감사합니다.” 준호 어머니는 집이 모두 고쳐진 후 도움을 준 이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같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지역본부는 도내 아동 가구를 대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는 ‘내가 그린 집'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아동의 목소리를 반영한 주거 개·보수 및 아동 공부방 꾸미기를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도내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만 18세 미만의 아동 가구로, 기초생활수급·차상위·한부모가족·교육급여 대상 가구, 추천기관에서 인정한 일반 저소득 대상 가구다. 희망 가구는 오는 14일까지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 학교 등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재단((033)762-9171)으로 문희하면 된다.

허남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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