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선거에 도움을 준 '개국 공신'과
나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인재를 구별해야"
사람 과대평가.지나친 신뢰는 역작용 불러
인사(人事)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전범(典範)이 있다. 노()나라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곧은 사람을 등용하고 굽은 사람을 버리면 백성이 따를 것이요, 굽은 사람을 등용하고 곧은 사람을 버려두면 백성은 따르지 않을 것”이라 했다.
요즘 말로 말하면 정권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해야 할 자리와 코드보다는 업무 수행 능력을 우선해야 할 자리를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거나 지나치게 신뢰하면 또 다른 부메랑이 된다.
나라를 통치하는 일을 담당할 뛰어난 인재를 찾는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늘 절박하고 긴요한 것이었다.
조선시대를 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인 태종(이방원)은 즉위 초 인재를 널리 구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권문세가의 집을 찾아다니며 벼슬을 부탁하는 이들이 늘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추천한 인물이 적임자가 아니면 천거한 거주(擧主)에게도 똑같이 책임을 물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태종은 부인 민씨 일가의 민제를 잘못된 추천을 이유로 내치기도 했다. 부인 민씨로 말하자면 두 차례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이 절치부심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한 인물이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얼마나 심했으면 잘못된 사람을 추천한 이에게도 책임을 묻고자 했을까. 역대 정부 인사를 놓고 ‘캠코더인사' ‘고소영 강부자 인사' ‘수첩 인사' 등 조롱이 난무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인사를 밑에서 거역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을 무리하게 자리에 앉히려다 보면 인사청문회 등에서 사달이 난다. 모든 나라 모든 대통령이 인사의 비밀이 지켜져 인사가 발표됐을 때 국민이 신선한 느낌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보안을 위해 때로는 위장 후보까지 넣는 연막작전도 써보지만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만 생기고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대통령제를 우리보다 200년 가까이 앞서 실시한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조각(組閣)과 개각(改閣) 과정의 상당 부분을 적극적으로 언론에 노출하는 것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 또는 대통령의 나라 사랑의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해도 그의 판단이 상식적 국민 판단보다 반드시 옳고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통령의 인선(人選)을 반의도적으로 언론에 노출해 행여 인사권자의 판단에 있을지도 모를 미비점을 여론에 비추어 사전에 보완하려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임명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정부, 능력 있는 정부로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에 지역 안배·여성 할당을 적용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모셔야 하지 자리를 나눠 먹기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 바탕은 인재를 널리 구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 속 유비가 제갈공명을 책사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번 찾아가 결국 마음을 되돌렸다는 삼고초려 고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다산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사람 쓰기에 달렸다”며 사람 고르는 방법을 제시했다. “아첨 잘하는 사람은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諫爭)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귀로 듣기에 달콤한 말만 잘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소리 잘하고 잘못을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뜻이다.
인사가 만사(萬事)가 되려면 한쪽 눈만이 아닌 두 눈 모두를 크게 떠야 한다. 적어도 대통령 선거에 도움을 준 ‘개국 공신'과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을 ‘유능한 인재'를 감별해 써야 하는 법이다. 선거용 인재와 통치용 인재는 다르다. 또 하나 여야는 인사의 작은 결점을 중대한 결격 사유로 포장하고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정권이 흔들리면 상대 당은 좋아하겠지만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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