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선주자이면서 잠행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인 29일 강원도 강릉을 방문,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강릉은 윤 전 총장의 외가가 있는 곳인데다 이날 국민의힘 4선 중진인 권성동 국회의원(강릉)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돼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사퇴 후 현직 정치인과 만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강릉에 도착, 금학동 등에 거주하는 외가 친인척들과 함께 외할머니 산소를 찾아 성묘한 후 이들과 담소를 나눴다. 주로 어린 시절 윤 전 총장이 자주 강릉에 다니러 왔을 때의 대화들이 오갔으며 윤 전 총장은 “방학 때마다 강릉에 자주 와서 그런지 낯설지 않다. 외가 친척분들을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것은 그가 이날 권성동 의원에게 먼저 연락해 따로 만났다는 점이다.
권 의원(사시 27회)은 윤 전 총장(사시 33회)보다 검찰 선배지만,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동갑내기 사이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은 사석에서 “여름·겨울방학이면 외가에 놀러가 권 의원과 놀았다”며 각별한 사이임을 자주 언급했다. 이날 한 횟집에서의 식사자리에는 권 의원 외에도 윤 전 총장이 강릉지청에서 근무할 당시 알고 지냈던 지인 등이 자리했다. 권 의원은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니까 옛 추억 얘기를 많이 했다”며 “구체적인 정치일정이나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대권 도전 등에 대해 “여러가지를 고려해 잘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입당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윤 전 총장이 당의 중진인 권 의원에게 먼저 만남을 요청한 만큼 향후 권 의원을 매개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윤 전 총장 외할머니의 동생인 고(故) 이봉모 전 국회의원이 강릉에서 재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외가 친인척들이 아직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당내 일정한 세력을 갖고 있는 권 의원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정치적 방향성을 가늠케 하고 있다.
이날 식사자리에서도 윤 전 총장은 먼저 알아보고 ‘사진을 함께 찍자’는 손님들의 요청에 일일이 응하는 등 주민들과의 스킨십에도 적극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정가 관계자는 “만약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을 택한다면 권 의원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달순·원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