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역사·풍요가 살아 숨쉬는 철원]황금물결 일렁이는 철원평야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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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산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궁예가 건국한 태봉국 도읍

분단 아픔 간직한 노동당사

유네스코 등재 명소 즐비

철원(鐵原). 우리 말로는 '쇠둘레'. 용암이 식어 버린 땅 곳곳에서 철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 곧 지역의 이름이 됐답니다.

쇠둘레는 철원을 뜻하는 대명사로 자리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해 왔습니다. 이 '쇠둘레'를 있게 한 주인공은 수십만 년 전 북한 오리산 일원에서 폭발한 화산입니다. 화산 폭발로 분출된 점성 낮은 용암은 곧 온 철원땅을 뒤덮었고 한탄강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평탄한 용암대지는 철원평야라는, 강원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드넓은 벌판을 만들어 전국 최고의 품질인 오대쌀을 생산해내는 곳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철원 하면 궁예와 태봉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후삼국시대를 호령한 장본인이자 한 나라의 군주였던 궁예. 그 궁예가 세웠던 태봉국의 도성은 비무장지대(DMZ)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역사속에서 궁예는 한낱 폭군이었고 나라를 망하게 한 원인 제공자이지만, 우리는 궁예를, 그리고 왕건에게 이어진 태봉국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요.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때마다 태봉국 도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가슴 아픈 역사는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노동당사'는 1946년 초 당시 북한 땅이었던 철원에 조선노동당이 세운 러시아식 건물입니다. 지상 3층의 무철근 콘크리트 건물입니다만, 전쟁 탓에 현재는 1층의 구조와 건물의 뼈대만 남아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6·25전쟁 전까지 공산치하에서 반공활동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고문당하고 학살당했습니다.

노동당사 뒤편에 있는 방공호에는 당시의 참상을 알 수 있는 여러 흔적이 아직 존재합니다.

가을걷이가 거의 끝나 가는 10월의 철원평야와 비무장지대 안에 자리한 태봉국 도성,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동당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소이산입니다. 수십만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철원의 역사와 자연을 북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느끼고 싶다면 맨 처음 찾아야 할 곳입니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15분 정도만 구슬땀을 흘리면 오를 수 있습니다. 아, 소이산에도 6·25전쟁의 유물인 지하벙커가 남아 있습니다. 어디 있냐고요? 바로 여러분이 서 있는 소이산 정상 발밑이에요.

글=김대호기자 mantoug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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