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뒤 한반도 대홍수로 300만명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고 국토의 5%가 넘는 5,880㎢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고 한다. 침수지역에는 김포공항, 인천공항 등의 국가기간시설과 항만, 화력·원자력 발전소, 제철소 등 여러 산업시설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사상 최장 기간의 장마와 3번의 태풍, 200년 빈도를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제방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린피스의 예상이 현실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감축도 중요하지만 기상이변에 대비할 수 있도록 치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홍수피해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물 관리 경험을 토대로 치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몇 가지 대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하천관리체계 일원화가 시급하다. 국토교통부·환경부·지자체 등 여러 기관으로 분산된 하천관리체계는 그간 근본적인 물 관리 대책 마련에 걸림돌이었다. 정부는 국토부와 환경부 간 지지부진한 하천관리체계 일원화를 조속히 추진하고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행정력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둘째, 지류하천의 조속한 정비가 중요하다. 국가하천은 4대강 사업 등 지속적인 투자로 정비율이 80.7%이지만 지방하천은 47.7%, 소하천은 45.4%에 불과, 정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댐 관리자가 계획 방류량 이내로 방류해도 지류하천에서 버티지 못하고 범람했으니 댐 방류량과 지류하천 유입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하천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홍수기 제한 수위 및 방류체계 등 홍수관리기준을 보완하고 하천 구조물의 설계빈도가 적정한지 재검토해야 한다. 설계빈도 강화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므로 재원 마련 방안도 병행해 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하천·도로·도시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영향을 반영한 시설물 설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홍수예측 정보 제공과 정보의 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AI,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홍수 발생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홍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한 홍수관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또 국민이 홍수위험지도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사는 곳 인근 하천의 침수 범위와 깊이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물 관리 기반시설, 홍수·가뭄에 대한 대응력 강화, 수돗물 관리체계 마련 등을 위해 2021년 정부 예산안에 1조 716억원을 반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대책과 예산도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어떤 기후변화에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