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4·15 총선 막전막후]초반에는 '배우 유오성 형'…경선 거치며 인지도 상승

(4) 출마 두 달 만에 당선…통합당 유상범 승리 배경은

'태백-정선'→'홍천-횡성'

선거구 바뀌며 상황 유리

개표 당일 미래통합당은 홍천-횡성-영월-평창의 유상범 후보가 1만1,74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을 놓고 크게 놀랐다. 지역구는 달라졌지만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재선시켰던 곳인 데다 상대 후보가 초·중·고를 나온 평창은 물론 4개 지역 모두에서 압승했기 때문이다. 유상범 당선자도 “저도 분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어쨌든 출마 선언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 국회의원을 거머쥔 것이다.

사실 그를 총선에 끌어들인 것은 김재원 통합당 국회의원이었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두 사람은 대학 때부터 친했고 나란히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검사 생활도 함께 하면서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왔다. 검찰 내에서 엘리트코스를 밟던 친구 유상범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좌천당한 데다 황교안 당 대표와도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막역한 관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 의원은 그에게 출마를 권했다. 2월26일 염동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을 하고 난 직후였다.

몇 번의 거절과 고민 끝에 결국 그는 선거에 뛰어들었다. 사전준비도 없었다. 이 때만 해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는 박선규 전 영월군수, 김연식 전 태백시장 등 쟁쟁한 후보들이 나선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첫 번째 희망은 동생 '배우 유오성'이었다. 유오성은 촬영이 있는 수·목요일 이틀만 빼고 모든 시간을 할애해 형과 동행했다. 코로나19로 3월부터 예정됐던 유오성의 영화 촬영이 4월 이후로 미뤄진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초반 유상범의 인지도는 '배우 유오성의 형'으로 쌓였다.

여기에 선거구가 홍천-횡성-영월-평창으로 바뀐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다른 후보들이 상당한 인지도를 올려놨던 태백-정선이 홍천-횡성으로 바뀌면서 출발선이 같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홍병천 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과의 경선은 홍천과 횡성에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물론 경선은 위기이기도 했다. 100% 일반주민 여론조사 경선에서 유 당선자는 53%를 얻어 홍 전 위원장(47%)을 간신히 이겼다. 유 당선자가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지 않았다면 뒤집힐 수도 있었다.

이때부터 '공조직'들이 붙었다. 같은 당 군의원과 도의원들이 움직였고 당 차원의 지원도 시작됐다. 총선을 20여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4개 지역 통합당 소속 전직 군수들도 지원에 나섰다. 무엇보다 통합당 유력 후보였다가 컷오프 당한 박선규 전 군수의 지지선언은 상승세를 타는 분기점이 됐다.

원경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평창에서의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인구가 집중돼 있는 대관령면, 봉평면, 용평면, 진부면에서 큰 표차로 모두 패한 것을 두고 이탈리아 교민들의 자가격리지역을 사전협의없이 봉평에 선정한 것을 두고 주민들의 반발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가피했던 정부 방침이 여당 후보에게는 악재가 된 셈이다.

유병욱기자 newyb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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