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은 개별적으로 위력이 그다지 크지 않은 태풍 등이 특이한 자연현상과 맞부딪치게 될 경우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닌 재해로 발전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기상 용어다. 실제 역대 최강의 허리케인은 2015년 미국과 멕시코를 강타한 '퍼트리샤'다. 분당 최대풍속이 345㎞에 달해 '퍼펙트 스톰'으로 불렸다. 그러나 피해만 놓고 보면 2005년 '카트리나'다. 902hPa(헥토파스칼), 풍속 280㎞였지만 1,2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퍼펙트 스톰'은 1991년 10월28일 92톤짜리 황새치잡이 배 '안드레아 게일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퍼펙트 스톰'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당시 대서양 남쪽의 허리케인이 북진해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과 만나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풍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경제에서는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확산된 2008년부터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금융·경제 위기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심각한 장기불황이 닥쳤던 시기는 1930년대다. 1929년 10월 미국 뉴욕 월가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시작된 세계대공황은 1930년대 내내 지속됐다.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지구상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을 삼켰다. 당시 참담했던 실상은 실업률 통계가 말해 준다. 대공황 이전 3% 수준이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30%를 넘어섰다. 도시에서 세명 중 한명이 길거리에 나앉은 셈이다. ▼최근 한국 경제의 퍼펙트 스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환율과 주가가 요동쳤다.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된 상태다.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불황의 재앙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부자들이 지갑을 닫는가 하면 튼튼하고 큰 기업까지 도산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줄일 만한 비용은 모두 줄이지만 견뎌낼 재간이 없다. 1997년 IMF 때와 같은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는 말아야겠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