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프랑스에서 열린 온라인게임 대회 예선 도중 한국의 한 선수가 자신이 유리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게임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의 셧 다운제 적용 시간(자정)이 다가오자 이를 피하기 위해 경기 초반 병력을 상대방 진영에 집중하는 일명 '올인 러시' 작전을 감행하던 중 패배했다는 것이다. 모든 중계진이 듣고도 이해를 못 해 어리둥절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2011년 도입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2011년부터 시행됐다.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2014년 위헌 확인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이미 프로게이머가 된 16세 소년의 앞길을 막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모든 것을 걸고 몰두해 꿈에 그리던 프로게이머가 됐지만 실력이 아니라 일명 '셧다운제'라는 법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4년 개정 이후 부모님의 요청하에는 게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게임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한국에선 마약, 알코올, 도박 등과 같이 묶여 사회악으로 취급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기관의 게임 규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과연 게임은 사회 악적인 존재일까. 2017년 기준 콘텐츠 사업의 수출은 68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게임은 56.7%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대비 23.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성장하며 국내에서 일자리 역시 계속 늘려 나가 지난해에도 4.5%의 인력을 추가로 뽑아 현재 약 18만명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훌륭한 산업이다. 단순하게 돈으로만 그 산업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계를 내자면 이만큼 훌륭한 수치를 기록하는 산업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위선양적 측면에서 봐도 게임은 훌륭한 국가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세 개의 게임 대회 우승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SK, CJ,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이미 게임을 하나의 스포츠로 보고 수년 전부터 스폰서 후원을 이어 오고 있다. SK 텔레콤은 2004년부터 게임단에 후원을 시작했고 지금은 야구단, 농구단과 함께 SK 스포츠로 묶어 운영하고 있다. 부정적인 이미지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홍보 수단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 토니 에스탕게 공동위원장이 2024년 개최될 파리올림픽에서 e스포츠 정식 종목 채택을 두고 IOC와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규제만 외치다가는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은 물론 문화산업의 큰 축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동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해외업체에 고배를 마신적이 있다. 국내 유망 기업들이 동영상 콘텐츠 사업 중 망이용료를 해외처럼 저렴하게 합의 보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밀려버린 것이다. 그동안 부정적이었던 사회적 시선도 많이 개선돼 게임행사에 참여하는 성비와 연령대가 점차 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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