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동속도 느려진 태풍…피해 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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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태풍 30% 느려지고

생명력은 더 길어져 많은 비

2012년 이후 18개 수명 9.3일

400㎜ 넘는 폭우 쏟아지기도

최근 들어 발생한 태풍의 속도가 느려지고 생명력도 길어지고 있다.

태풍이 느려지면 동반한 바람의 세기가 줄어들지만 그만큼 많은 비를 뿌려 큰 피해를 입힌다.

2001년부터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47개를 전수 분석한 결과 2001~2005년까지 한반도 방면으로 북상한 태풍 15개의 평균 수명은 9.2일이었다.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등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힌 태풍들이 이 시기에 집중됐다.

2006~2011년 피해를 입힌 태풍은 수명이 급격히 짧아졌다. 이 기간 국내에 영향을 준 태풍 13개의 평균 수명은 7.8일에 불과했다. 이 시기 가장 큰 피해를 준 2010년 태풍 곤파스는 수명이 6일에 불과했으며 약 5시간 만에 빠른 속도로 서해안과 동해안을 관통했다. 가로수 51그루가 피해를 입고 도내 2만9,322가구가 정전됐다. 당시 철원 동송에 107.5㎜의 비가 내려 강수량은 많지 않았으나 강풍 피해가 집중됐다.

2012~2016년까지 5년간은 18개의 태풍이 국내에 피해를 줬다. 이 시기 발생한 태풍들은 수명이 평균 9.3일에 달해 도내에 많은 피해를 줬다. 특히 2012년 3개의 태풍이 연속으로 피해를 준 덴빈, 볼라벤, 산바의 평균 수명은 10.3일에 달했고 당시 삼척에 4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 상륙했음에도 도내에 80㎜의 비를 뿌린 노루의 수명은 13일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6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1949~2016년 사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의 평균 이동 속도를 분석한 결과 지난 68년간 태풍의 이동 속도가 지구 전체적으로 10% 이상 느려졌다. 특히 한반도와 일본으로 향하는 태풍의 이동 속도는 30%나 느려진 것으로 분석됐다.

네이처는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태풍이 특정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호우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며 “특히 인구가 밀집한 한국, 중국, 일본 등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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