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로 속도를 겨루는 동계올림픽의 현대 스포츠 과학의 결정체다. 얼음과 설원 위를 달리는 경기들이 대부분인 만큼 마찰력을 줄여줄 장비들이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알면 더 재밌는 동계올림픽의 숨은 과학을 소개한다.
봅슬레이 - 가볍고 튼튼 탄소섬유 1억원 호가
스키점프 - 양력 유지 위해 가장 긴 스키 사용
스키활강 - 왁싱 숙련도에 시속 5㎞ 이상 차이
바이애슬론 - 검지손가락까지 고려해 총 개조
■얼음 위의 슈퍼카=최고 시속 140㎞에 달하는 봅슬레이는 슈퍼카 또는 제트기를 닮았다. 아무런 동력도 없지만 봅슬레이 제작은 현대차를 비롯해 BMW, 페라리, 멕라렌 등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제작사들이 맡고 있다. 썰매의 공기 저항을 줄이는 것이 관건으로 우수한 차체 디자인 및 제조 능력을 뽐내고 막대한 광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봅슬레이는 가볍고 튼튼한 탄소섬유로 만들며 제작단가는 1억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체중을 줄여 중력을 벗어나라=스키점프는 35도 급경사를 활강한 뒤 도약대 최종점에서 비행하며 더 멀리, 더 안정적인 자세로 착지하는 종목이다. 활주대의 길이가 짧고 누구에게나 똑같은 조건이다 보니 가속을 통해 추진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체중을 줄여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스키점프 선수들에게 감량은 숙명이다. 이를 위해 샐러드와 수프 등으로 하루 두 끼 정도 간단히 식사한다. FIS(국제스키연맹)는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BMI(체질량지수)에 기초한 키 대비 최저 몸무게 규정을 두고 있다. 또 스키점프는 양력(揚力)을 유지하기 위해 스키 종목 중 가장 긴 스키를 쓴다.
■선수 맞춤형 개머리판=바이애슬론은 설원 위의 마라톤인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스포츠다. 선수들은 총을 메고 설원을 달리다 표적에 사격까지 해야 한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계올림픽의 사격종목과 달리 심박수가 최대로 증가한 상태에서 총을 쏘기 때문에 더욱 힘든 종목이다. 바이애슬론 선수들은 수동 노리쇠 방식의 22구경 화약 소총을 사용한다. 그러나 총기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신체조건에 맞춰 총기의 개머리판을 개조한다.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손가락의 길이까지도 세밀하게 고려한다.
■가속과 감속, 스키 왁싱=스키의 가속과 감속을 위해서는 왁싱 작업이 중요하다. 활강 종목의 경우 파라핀 왁스를 표면에 발라 마찰력을 줄이고 속도를 높인다. 왁싱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시속 5㎞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크로스컨트리나 바이애슬론은 너무 미끄러운 스키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로 인해 파라핀 왁스 등에 송진 가루 등을 섞어 끈적끈적하게 만든 킥 왁스를 사용한다. 각국 스키대표팀은 왁싱 전문가를 코치로 대우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팀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벨라루스 출신의 왁싱 전문가 예브게니 가폰 코치를 영입했다.
■눈과 얼음의 온도=눈과 얼음의 온도도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은 트랙의 얼음이 영하 9~10도가량일 때 가장 빠르다. 스키 왁싱은 경기장의 눈이 건설(마른 눈)이냐 습설(습기를 많이 함유한 눈)이냐에 따라 쓰는 왁스가 달라지고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적으로 눈의 온도가 영하 14도가량일 때 왁싱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취재단=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