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별로 코 크기·구조 달라
공명에 따른 비음 등 큰 차이
'코가 높다, 콧대를 꺾는다, 코대답한다, 코에서 단내가 난다, 눈코 뜰 사이 없다, 코 꿰이다, 코빼기도 못 보다, 코가 빠지게 기다렸다,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 내 코가 석 자라, 코 베어갈 세상, 코 묻은 돈, 엎어지면 코 닿을 데' 등등 코에 얽힌 속담을 찾아보니 무려 99가지나 있었으니 예전 사람들도 코를 틀림없이 무척 중시했던 몸의 일부로 여겼음을 이르는 것이리라.
그중에서 아니꼽거나 못마땅하여 남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말대꾸 아니 할 때를 '콧방귀를 뀌다'라 한다지. 아무튼 조붓한 숨통구멍 하는 일이 이리도 많다. 그리고 '귀 잘생긴 거지는 있어도 코 잘생긴 거지는 없다'고 이렇게 자못 관상,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코다.
또 '눈이 아무리 밝아도 제 코는 안 보인다'고 하는 건데, 얼굴의 제일 중앙에 오뚝 솟아 있어 딴 사람의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이다. 또 억지춘향인지 몰라도 돌멩이가 날아들어도 제가 먼저 맞아서 눈을 보호한다.
아무튼 이목구비(耳目口鼻) 넷이 곱게 아우러져야 미모(美貌)가 되는 것인데, 코빼기 하나도 너무 낮아도 높아도, 펑퍼짐해도 날카롭게 뾰족해도 미인의 코가 아니다. 요새는 그 따위 코들은 하나같이 칼을 맞는다. 성형수술의 대상이란 말이다. 그런데 얼굴 위에 솟은 콧등성이는 탄성물렁뼈(연골·軟骨)로 되어 있기에 성형이 쉽고, 귀 또한 물렁뼈라 전쟁터에서 귀를 잘라갔다. 만일 콧잔등이나 귓바퀴가 딱딱한 뼈(경골·硬骨)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다 으스러지고 바스러져 누구 하나 제 모양을 한 사람이 없을 뻔했다. 연골인데도 눌려 뭉개져버린 레슬링 선수들의 귀때기를 보라.
그리고 코는 공명(共鳴)에도 매우 중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코맹맹이 소리'에 제 음색이 나지 않는 것은 점막이 부어올라 비강(鼻腔·공명기)의 틀이 바뀐 탓이다. 그리고 외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본토 발음과 똑같이 하기가 어려운 것은 코의 크기나 구조가 다르기 때문인데 특히 비음(鼻音)의 프랑스어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