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문화인터뷰]“우리 소리에 유정·녹주의 삶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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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봄봄' 도창 맡은 소지영 명창

박녹주 직계제자로 춘천에 정착

음악극 맛깔스럽게 끌어내 호평

수십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 엇갈렸던 남녀가 음악극에서 만났다. 한국 단편소설의 대표작가인 김유정선생과 그의 첫사랑으로 1920년대 명창이자 기생으로 널리 알려진 박녹주의 '만남' 이야기다. 그들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녹주의 직계 제자인 소지영 명창(사진)이 소리로 둘을 잇는 역할을 했다.

지난 4일 강릉에서 열린 올림픽 페스티벌에서 춘천의 1시·군 1대표문화 사업으로 만들어진 음악극 '김유정의 봄봄' 공연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소 명창은 이번 공연에서 도창(導唱·국악에서 노래를 이끌어 가는 사람)을 맡아 음악극 '봄봄'을 맛깔스럽게 이끌어 내며 호평을 받았다. 소 명창의 소리에는 박녹주의 가르침이 배어 있어 김유정 작가의 작품을 더욱 빛내는 데 일조했다.

남원 출신인 소 명창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고(故) 성우향 명창의 제자이다. 고 성우향 명창은 박녹주가 딸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애제자였다. 박녹주의 제자인 성우향 명창 아래서 20대부터 판소리를 배워온 소 명창은 이번 작품을 만나며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선생님에게서 판소리를 배우며 박녹주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박녹주 선생님을 사랑했던 김유정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게 돼 의미가 깊고 설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책으로만 보고 읽었던 김유정 작가의 작품 '봄봄'에 출연하게 돼 실레마을을 여러번 방문해 '김유정'이라는 인물을 알고자 노력했다”며 “김유정 작가는 순수하고 우리말 우리 소리를 사랑했던 남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소리를 전달한 박녹주 선생을 사랑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춘천에 정착한 지 8년째인 소 명창은 앞으로 이곳에서 김유정 작가와 박녹주 명창의 엇갈렸던 사랑 이야기를 우리 소리로 풀어낼 계획이다. “박녹주 선생의 소리 가르침을 이어받은 제가 춘천에서 김유정 작가를 만난 것을 인연으로 삼아 멋진 우리말과 우리 소리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소 명창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로, 국립극장 창극단 예술단원과 남원시립국악원 차석단원, 구례국악원 판소리 교수, 강원대 평생교육원 판소리 교수 등을 역임했다.

이하늘기자 2sky@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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