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편 어려운 학생 선수·장애인
수시로 방문 마사지 재활 봉사
실력 소문나며 타지역 고객 몰려
지난 5일 오후 평창국민체육센터 체육관에는 우렁찬 기합 소리가 넘쳐나고 있었다.
평창군청 실업팀을 비롯한 평창고 레슬링팀 선수 등 30여명의 남녀 레슬러가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박준기(49) 스포츠재활센터 원장은 운동을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친숙한 듯 이름을 불렀고, 호명된 선수들은 환한 웃음과 함께 절도 있는 인사를 하며 그대로 바닥에 드러눕거나 엎드린 자세를 취한다.
벌써 1년여가 넘도록 부상을 당했거나 부상 후 제대로 재활치료를 끝내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박 원장이 무료로 마사지와 재활치료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레슬링팀 선수들과 코치·감독은 “국가대표팀에나 있을 법한 스포츠재활 트레이너를 고교팀이 자체 보유하고 있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지난해 전국체전을 준비하다 쇄골이 부러져 수술까지 받았던 김은지(17·평창고 2년)양은 “수술한 자리의 근육이 당겨 시합이나 연습 때 상대 선수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엄청난 통증에 주저앉아 울 정도였다”며 “하지만 박 원장님이 매번 근육을 풀어주고 재활치료를 해주고 있어 이젠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병원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는 레슬링팀 선수들을 위해 많게는 하루 1~2차례, 보통 1주일에 3~4번은 국민체육센터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의 통증 완화를 위한 마사지를 시술해준다.
박 원장의 재능기부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평창군보건의료원이 장애인을 위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에 박 원장을 초청했던 것이 인연이 돼 장애인들의 통증 완화를 위한 재능기부도 시작했다.
대부분의 장애인은 소득이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여서 돈도 받지 않은 채 집으로 직접 찾아가 틀어진 장애가 있는 부위나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해 뒤틀린 근육들을 바로잡아 주고 통증 완화를 위한 마사지를 해준다.
이렇듯 밖에서 무료로 재능기부를 하는 상황이 많고, 박 원장의 실력이 소문이 나면서 제천이나 강릉 등 외지에서까지 찾아오는 고객이 늘어나다 보니 박 원장의 스포츠재활센터에는 일반 전화번호 대신 휴대폰 번호가 적혀있고, 예약은 필수로 해야만 한다.
박준기 원장은 “스포츠재활센터가 생업인지라 바쁘다는 핑계로 몇 주 만에 마사지 봉사를 갔더니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에 죄책감마저 들었다”며 “그런 것들이 봉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친 종목의 운동선수나 장애인 등은 가정형편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아파도 그냥 참고 넘기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알기에 봉사를 하고 있다”며 “제 손이 조금이나마 통증을 줄여주고 움직이는 데 힘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평창=김영석기자 kim711125@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