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담뱃값 인상과 맞물려 금연을 결심하거나 점차 담배를 줄이기 위해 전자담배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전자담배란 담배 잎을 말려 가공 처리한 연초담배와 달리 니코틴 농축액과 담배 향이 있는 액체를 쉽게 흡인할 수 있도록 수증기로 만드는 일종의 분무장치로서 담배 대용품 또는 금연보조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전자담배에서 사용하는 니코틴 액상에 대한 함량 표시기준도 없고 유해화학물질의 취급주의와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표시 규정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등 법·제도상 개선되어야 할 여지가 많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25개 제품을 대상으로 표시 내용과 니코틴 함량을 비교해 본 결과 무려 40%가 표시와 ±10% 이상 오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품질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담배 니코틴 함량을 확인하고자 시중에서 일반담배 니코틴 농도와 비슷하다고 안내하는 18개 제품의 기체상 니코틴 함량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1개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서 일반담배 대비 최대 2.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담배와 동일한 양으로 전자담배를 피울 경우 더 많은 니코틴을 흡인하게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시험 대상 제품의 절반 정도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검출되었으나 연초 담배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니코틴 치사량(성인 기준 40~60mg)을 초과하는 니코틴 원액이 전자담배 판매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직구를 통해 고농도의 니코틴 원액까지 쉽게 구입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전자담배 판매점에서는 소비자에게 니코틴 희석에 필요한 설명서나 계량할 수 있는 기구를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용기에서 떨어지는 액상 방울 수로만 농도를 가늠케 하는 원시적 방법을 안내하고 있어 실제 니코틴 남용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전자담배 제품의 표시 실태의 경우, 관련법에서 규정한 그림문자나 경고문구 등을 모두 표시한 제품은 조사 대상 중 없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 기관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조사 대상 제품의 48%는 용기가 안약과 유사하여 잘못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60%는 어린이보호포장을 하지 않아 어린이 안전사고의 우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함께 사용하면 니코틴 과다 흡인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담배를 줄이거나 끊기 위해 전자담배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관련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뜻하지 않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박현서 한국소비자원 강원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