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마와의 싸움에서 당당히 맞선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위한 딸의 특별한 선물이 어버이날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화제다. 주인공 부녀는 춘천 소양중 미술교사인 아버지 김승수(56)씨와 평택의 원어민 교사인 김씨의 딸 예림(25)씨.
김예림씨가 아버지에게 준 선물은 다름 아닌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 골수팬이자 야구광인 아버지가 넥센 경기에 시구자로 참가, 마운드에서 멋진 시구를 선보이는 것. 이들 부녀는 8일 어버이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시구자와 시타자로 나서 평생 남을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부녀의 시구 및 시타 참가 사연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예림씨는 미국에서 초·중·고 및 대학을 졸업한 뒤 2013년 귀국, 원어민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자신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한 아빠를 위해 효도하겠다는 마음도 잠시, 딸은 그해 겨울 아버지가 위암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예림씨는 야구팬인 아버지와 말동무를 하기 위해 야구와 친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난해 넥센 구단에서 시구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사연을 보냈다.
김예림씨는 “수술 후 아버지에게 야구를 직접 관람한 게 언제냐고 묻자 10년전 쯤이라는 대답에 코끝이 찡해졌다”며 “오늘 소원을 이뤄 기쁘고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승수씨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어버이날 선물”이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김보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