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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세태와 서원(誓願)

정본청원(正本淸源),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 희망의 사자성어다.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 나오는 말이다. '근본을 바르게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이 고어를 추천한 교수는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이 뽑은 2014년 사자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였음을 상기하면 심기일전을 다짐하게 된다.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명료한 단어로 상대를 탄복하게 함이다. 국가, 분야별로 각자가 처한 상황과 시류·세태를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2014년은 '파(法)'였다. 법치로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세(稅)'를 뽑았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인상한 소비세를 올해 10%까지 올릴 계획인 아베노믹스를 반영한 것이다. 호주국립사전센터는 '셔트프론트(Shirtfront)'를 꼽았다. 그야말로 '멱살잡이'다. G20 정상회의에서 애벗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과격하게 발언한 게 국가적 망신을 초래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불평등(Inequality)', 옥스퍼드사전은 '베이프(Vape)'를 선정했다. 빈부격차, 전자담배 사용자가 늘어난 세태다. 프랑스 XYZ신조어페스티벌 주최 측은 진정제를 의미하는 '메디칼망(Medicalmant)'과 싸구려 식사를 지칭하는 '카스-크로트(Casse-Crotte)'를 꼽았다. 무능한 정치로 인해 경제위기에 처한 현실을 빗댄 말이다.

▼강원도는 2015년 사자성어로 '일비충천(一飛沖天)'을 제시했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한 번 날아오르면 하늘을 가득 채운다'는 뜻이다. '도약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독려다. 2014년을 '기진맥진(氣盡脈盡)'이라고 표현한 중소기업중앙회가 을미년 벽두에 선택한 올해 사자성어가 우리의 실정을 웅변한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이다.

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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