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울창했던 산림 3년째 황무지로 방치”

부도 신도골프장 … 해결대책은 막막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신도골프장이 공사 도중 부도로 92만㎡에 이르는 사업부지가 3년째 황무지로 방치, 지역 시민단체 등이 인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민간토지 20% 강제수용 헌법 불합치 판결받아

주민들 지자체·사업자 상대로 소송 힘겨운 싸움

땅값 급락·대금 미납·환경피해 뒤엉켜 지지부진

지난 15일 찾아간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 옛 덕만이고개 정상 부근. 울창한 산림은 온데간데없고, 맨흙과 자갈, 모래, 바위뿐인 황무지로 변해있었다. 드넓은 나대지에서는 흙먼지가 날리고, 경사지에서 흘러내리는 토사를 막기 위해 덮어놓은 파란색의 대형 거적들은 중간중간이 찢겨 너덜너덜했다.

공사장 철제문은 시뻘건 녹이 슨 채 닫혀있었고, 잡초가 무성한 공터에 자리 잡은 조립식 패널 등 현장사무소 건물은 안 쓴 지 오래돼 흉물스러웠다. 공사장 입구에는 공사 참여업체들의 미지급 대금 및 유치권을 알리는 오래된 현수막들이 을씨년스럽게 나붙어 있었다. 2010년 약 92만㎡에 이르는 부지에 대한 골프장사업 인가 뒤 이듬해 20~30%의 공정률 도중 부도가 나 3년째 방치되고 있는 신도골프장의 현주소이다.

토지를 강제 수용당한 40~50여명의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자신의 땅을 돌려받기 위한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춘천 신도골프장은 한때 잘못 적용된 법률의 피해지역, 강제 수용지, 주민 갈등지역, 공사 도중 부도 골프장, 환경 피해지역 등으로 전국에서도 실패한 골프장의 대표적인 폐해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 골프장은 2003년 개정된 국토계획법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골프장도 공원이나 도로 등 공공목적인 '도시계획시설'로 인정, 2010년 강제 수용이 이뤄졌다. 전체 면적 중 법에서 수용을 허용한 20%에 근접, 도내 골프장 수용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 악법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정부가 뒤늦게 다시 법을 개정, 더이상 적용이 불가능해졌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주민들은 3~4년간 지자체나 사업자를 상대로 20여 건의 소송에 3억원을 들여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왜 잘못 만든 법 때문에, 또 이걸 적용한 공무원들 때문에 이 같은 고통을 겪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전체 골프장 부지의 20%에 이르는 토지강제 수용은 결국 회사의 부도와 토지 경매 등에 의한 제3자 매각에서도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이 회사의 골프장 사업을 믿고 자금을 대출해준 전국 4곳의 저축은행들은 부실화됐고, 예금보험공사는 여기에 200억원 가까운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이를 회수하기 위해 공사 측은 69만㎡의 땅을 공매로 넘겼지만, 최초 312억원이던 땅이 10여 차례 유찰 끝에 156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는데도 아직 주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나머지 22만㎡ 부지는 저축은행과 개인 등 채권단에 의해 경매로 넘겨져 120억원이 84억원으로 떨어졌지만 유찰되고 있다. 땅값은 거의 반토막났지만 공사대금을 못 받은 시공사들이 100억원대의 유치권을 주장하고 있고, 원주민들과의 각종 소송과 영업권, 분묘권 등의 추가 비용, 세금 체납, 회원권 피해자 등 각종 사안이 뒤엉켜 회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춘천시민연대 관계자는 “계속되는 환경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는 사업 인가를 취소하고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류재일·최승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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