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잊혀져 가는 시대의 아이콘 (11) 양구 대장간
50년 가까이 농기구 만들어
중국산에 밀려 주문 거의 없어
그래도 아직 찾는 사람 있기에
생계 안되지만 꿋꿋이 버텨
양구읍 우회도로변 상리·송청택지 가장자리에는 비닐하우스 형태의 허름한 작업장이 자리잡고 있다. 양구에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대장간인 '양구 대장간'이다.
양구 유일의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대장장이 이창민(62)씨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자 풀무질에 사용하는 모터 기계가 기름때를 잔뜩 묻힌 채 화덕과 함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온통 굳은살이 박힌 이창민씨가 쇠를 녹이고 담금질하고 계속 두드려 각종 농사 도구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제 별로 볼 수가 없다. 중국산 농기구에 밀리고 영농 기계화로 이제는 거의 주문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제 이 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어렵지만 양구 유일의 대장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16살때 단지 '밥은 잘 준다'는 이유로 양구군 남면 송우리 대장간에 들어가 대장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한뒤 50년 가까이 대장간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농기구를 만들어 왔다. 처음 이 일을 배울 때는 양구읍에서 남면의 대장간까지 걸어다녔고 일을 배우는 틈틈이 화덕을 지피는데 쓰이는 나무까지 베와야 해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농기구 제조법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데다 이 일이 손에 익으면서 대장장이는 이씨의 천직이 됐다. 처음 대장간을 할 때는 양구에 5~6곳의 대장간이 있었는데 모두 사라졌고 능숙한 기술을 지니고 있는 대장장이도 양구에서는 이씨가 유일하다. 이씨는 젊었을 때 하루종일 낫 50개씩 만들 정도였는데 판매업자나 농민들이 그때그때 모두 사가 돈벌이도 괜찮았다고 한다.
요즘은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에서 이곳까지 찾아온 한 농민의 주문에 기꺼이 화덕에 불을 지펴 낫을 만들어 줬는데 농기계 하나 만드느라 모터를 돌리고 화덕을 지펴야 하니 타산이 맞을리 없다.
대장장이 이창민씨는 “이 일이 자랑스러워 대장간을 계속 운영하고 싶은데 생계 유지조차 어렵다”며 “여기서 만들어지는 농기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다는 생각에 어렵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간에서 만들어내는 농기구와 중국산 농기구는 품질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며 “우리의 전통과 고유의 기술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대장간을 지켜나가기 위한 각계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양구=심은석기자 hsil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