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여성 승진 최대 장애물 `男 위주 조직문화'

기업 내 임원 비율 평균 7.4%

남자도 직장 내 女 차별 느껴

육아휴직 후 불이익 다반사

성공한 '롤모델' 별로 없어

국내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명 중 1명도 안 될 정도로 낮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도 최고경영자(CEO)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여성들의 임원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고위직 승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유리천장이 얼마나 공고한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상당수 여성이 승진, 부서 배치 등에서 차별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불이익의 이유는 여성의 업무 수행 능력보다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였다. 가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동등하지 않고,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도 여성의 경력을 단절시키거나 제한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 대기업 여성 임원 4.7%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07년 말 1.5%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지만, 선진국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은 34명으로 전체 1,760명의 1.9%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 비율은 중소기업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원 수 100~299명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8.2%였으며 300~999명 규모의 기업에서는 5.6%였다. 대기업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7.4%였다.

■ 남성 위주 조직문화에 여성 불이익

대리급 이상인 여성들은 승진·승급(31.5%), 급여 임금(21.9%), 인사고과(20.3%), 교육 훈련 기회 및 내용(16.8%), 부서·업무 배치(13.1%) 등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조차 현재 직장에서 여성이 성차별을 받는다고 느꼈다. 남성 응답자의 24.2%가 여성이 승진·승급 때 차별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20.7%는 여성이 부서와 업무 배치 때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여성 응답자의 71.9%와 남성 응답자의 53.1%가 차별의 가장 큰 이유로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를 꼽았다.

■ 출산과 육아도 여성에게 큰 짐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근로자가 만 6세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양육하려고 휴직을 신청하면 사업주는 허용하게 돼 있다.

육아휴직 기간은 1년 이내다. 사업주는 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여성 관리자의 11.9%가 휴직 이후 승진 지연(64.6%), 업무 변경(21.7%), 평가·보상 영향(10.3%), 사직 압력(3.4%) 등 고용상의 불리한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다.

육아휴직을 포기한 여성은 그 이유를 '규정에 있지만, 조직 분위기상 신청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서(25.0%)', '규정에 있지만, 동료와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6.8%)' 순으로 꼽았다.

조사를 주도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종숙 연구위원은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의 '롤모델'이 별로 없다 보니 성취욕이 줄어들고 낮은 지위에 만족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여성도 성공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현기자 hyunng@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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