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뜩 생각이 난다. 강원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김근태선생께서 뚱딴지(?)같이 얼마 전에 전화를 하셨다. '술의 과학'에 '술'자가 눈에 확 띄셨던 모양이다.(술을 즐기시는 분임에 틀림이 없다!) 이 글을 쓰는데 얼마나 도움을 주시는지…! 세상에서 술이 제일 세기로는 동양의 세 나라, 중국, 우리, 일본이라는 말씀 끝에 우리는 알코홀중독자(alcoholism)가 적은데 서양인들은 많다는 결론에 동감하였다.
서양 아이들은 도수가 센 술을 홀짝홀짝 혼자서 마시는 독배(獨杯)를 하지만, 우리는 도수가 약한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잔을 돌리는 순배(巡杯)를 하면서 안주를 꼭 챙겨먹고, 이야기하고 노래 부르면서 음주를 하기에 중독자가 적다는 결론이다. 근랜 노래방에 가서까지 술을 깬다. 그러니 “우리 것이 제일이야”가 맞는 말인데 왜 서양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일까. 대화는 이어져서, 우리도 이제는 위스키 등의 서양 것이 들어와서 중독자가 많이 늘었을 것이라는 점에 역시 생각을 같이 하기에 이르렀다. 고맙습니다, 김 선생님! 언제 자리를 같이 하고 싶습니다.
저녁 밥상에서 한 두 잔 하면서 식사를 하는 것은 그지없이 좋은데 하루에 소주 세 병에다 디스 담배 두 갑을 피워대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니 탈이다. 술 중독자들이다. 내 친구 하나도 죽는 순간까지 술을 마셨다. 그 좋은 술을 못 마시는 날이 저승 가는 날이었다니…, 자식들의 후회 중의 하나가 “아버지 실컷 술 드시게 할 것을…”이었다.
자식들 중에는 다행하게 아버지의 술에 데어서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의 뒤를 자기도 모르게 따라가는 자식도 나온다. 우리의 행동은 모두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 즉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미워하면서 배운다는 말도 물론 일리가 있다. 술 중독유전자(中毒遺傳子)가 있다는 말이다. 초파리나 쥐 등의 실험에서도 그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앞에 이야기한 내 친구도 부친께서 그렇게 술을 드셨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마셔대니 그 독한 것을 흡수하느라 위가 죽을 맛이고 분해하느라 간이 혹사를 당한다. 어찌 몸이 그 술을 이겨 견딘단 말인가. 고놈의 유전자가 탈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