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는 예리한 이빨로 이끼를 핥거나 풀을 뜯어먹는다. 그것을 치설(齒舌)이라 하는데, 세상에서 이런 것을 가진 놈은 이 무리밖에 없다. 수조에 넣어둔 다슬기나 물달팽이가 유리벽에 붙어서 입을 오물오물 여닫이를 반복하는데 그것은 벽에 끼인 이끼(조류·藻類)를 먹고 있는 것이다. 치설로 뜯고, 핥고, 자르는 일을 다 하니 다목적용 이빨인 셈이다. 그 이빨은 역시 껍질처럼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라 꽤나 딱딱하고 질기다. 필자 같이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달팽이의 생식기는 물론이고(종마다 궁합이 다르기에 그 구조도 다름) 치설의 생김새를 보고 종(種)을 나눈다. 생식기는 물론이고 이빨까지 종에 따라 다 틀린다니 생물은 남과 같아지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잠깐의 흐름인 온갖 유행을 따라 옆의 사람과 같아지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것일까.
달팽이 중에는 연시(戀矢)라는, 말 그대로 「사랑의 화살」을 상대의 살에다 찍어 박는 놈이 있다. 짝짓기를 하기 전에 짝을 화살로 찔러 흥분시키는 특유한 사랑을 하는 녀석들이다. 마음에 드는 두 마리가 만나면 다리로 서로 몸이나 더듬이를 약 30분간 문지르는 구애(求愛) 행위를 한 다음에 발로 서로 껴안고는 음경(陰莖)을 삽입하기 전에 최후로 바늘 같이 뾰족한 연시를 상대의 살에다 사정없이 쿡 찌른다. 이런 하등 동물도 교미 전에 성적으로 흥분시켜 산란을 촉진케 하는 성희(性戱)를 한다니! 뱀 암수가 엉켜 붙는다거나, 교미기가 없는 미꾸라지가 몸통이 터질 듯 서로 감아 채거나, 개구리의 수컷이 암놈을 부둥켜 껴안는 것도 모두 그런 사랑놀이다. 연시를 날려볼 임이 없는 외롭고 쓸쓸한 사람도 수두룩한데 녀석들은 다정한 짝이 있다니 엄청 복 받은 놈들이다.
그리고 달팽이는 종이도 먹어치운다. 염소가 먹는 종이는 염소 창자에 공생하는 세균 무리가 그것을 소화시키지만 달팽이는 직접 섬유소를 분해하는 셀루라아제(cellulase)라는 효소를 분비하여 종이를 분해한다. 한때 이 사실을 인간들이 알아내고 달팽이에서 섬유소분해효소를 뽑아내겠다고 많이도 그것들을 괴롭혔다. 한껏 푸나무 뜯어먹고 그 알약 하나를 삼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