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DJ노믹스 반성과 가야할 길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년 반은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김대중대통령후보가 지난 97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한국은 한국전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김대통령당선자는 정식 취임도 하기전부터 한국 경제가 당면한 난관을 타개해나가야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과의 협상이나 외환위기를 타개하기위한 비상 입법안의 국회 통과 등이 당시 긴급히 취해진 조치들이었다.

 97년 12월 이후, 한국은 심각한 경제침체와 함께 강력한 경기회복을 동시에 체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의 금융노조 파업을 위시해 현재 진행 중인 의료계 폐업, 현대사태 등이 말해주고 있는 것은 한국이 아직 여러 경제적인 난관들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 임기가 절반이 지난 지금이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 정책을 평가하고 그같은 개혁 정책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를 내다보기에 적합한 시기라 생각한다.

 김대통령은 98년 2월 취임과 동시에 경제를 위기 국면에서 탈출시키는 것은 물론 장기 개혁을 통해 유사한 경제위기가 미래에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당시에 직면했던 환난에 대해 한국정부가 취했던 조치들은 상당히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반면, 구조개혁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개혁 과제들에 대한 정부조치들은 모두다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대목이 있다.

 구조개혁의 우선과제는 기업들, 특히 재벌들이 자금시장에서 부당한 특혜를 누리지 않도록 조치함으로써 실질적인 시장에 기업이 순응토록 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위해 기업에 대한 회계 기준 강화, 사외이사제 도입, 은행 여신에 대한 정부의 간섭 배제, 증시와 사채시장을 통한 직접 금융 강조, 기업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관 투자자 육성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동원했다.

 이같은 방안들이 방법상 적절했는가에 대해 특별한 논란이 제기된 바는 없다. 김대통령은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라는 일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취임 전 경제에 관해쓴 저서들을 살펴보면 정통 자유주의적(liberal) 색채를 보다 많이 갖고 있다.

 즉 그의 저서들은 국가가 경제에 간여하면 비능률과 기회의 불균등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경제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여나가는 게 문제다.

 특히 경제적인, 나아가 정치적인 면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해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정부는 자유주의적(liberal) 방안들을 동원, 보다 더 자유주의에 가까운 한국 경제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재벌들간의소위 「빅 딜」 논의 추진이 이러한 노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한국정부는 지난 97년 환난 직전 때 보다 현재 경제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 구조에 관련된 문제들은 서로 연관된 두가지 근원적인 요소로 이뤄져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하나는 금융체제 개혁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한국 정부는 금융체제 개혁을 기업 지배구조 개선보다 더 잘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상당수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비관적인 재정상태 때문에 한국정부로 하여금 (명시적 또는 묵시적 방법에 의해) 국유화에 버금가는 조치를 취히게끔 했다. 그 덕분에 정부는 금융산업 합리화 조치와 외국인 투자·소유에 대한 개방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금융산업을 효과적으로 재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금융개혁에는 미진한 부분이 남아있어 정부는 금융산업을 보다 확고한 기반위에 재건해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 정부는 금융계에 직접적으로 간여해서는 안된다는 명제에도 충실해야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개혁은 더욱 미비하다. 이 분야에서의 정부 정책 중 일부는 뿌리깊은 적의에 직면하고 있다. 반발을 사고있는 정부의 정책은 대우 그룹부도 사태와 현재 진행 중인 현대 사태를 통해 잘 나타나 있다.

 비록 정부가 회계 개혁과 파산 절차 등과 관련해 새로운 법과 규제들을 속속 제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 문화가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속해있는 대부분 다른 국가들이 누리고 있는 개방성과 투명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부문 개혁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금융 부문의 지속적인 개혁만이 기업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란 어느 국가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존재와 민족화해라는 문제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더욱 복잡한 문제로 대두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과 대일본 화해정책, 미국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로 인해 그나마 현재 정도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남북한간의 경제분야 협력 중 가장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현대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다.

 그러나 금강산 사업은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에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끼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회사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을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 정부가 금융 부문에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마당에 이러한 유혹은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영향력을 동원, 대우자동차를 현대자동차에 합병시킴으로써 현대에 한국내 승용차 제작의 독점적 지위를 부여, 대북 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시나리오도 상정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포드가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간주되고있어 이같은 시나리오가 가정에 그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정은 북한과의 경제통합 문제가 한국의 기업과 정부간의 관계를 복잡하게하고 나아가 한국 경제를 망치게 될 수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 하나의 사례임에 주목해야한다.

 이러한 사례는 또한 한국 정부가 자국 경제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건설적인비개입』(constructive disengagement) 정책을 추구해야할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켜주고 있다.

 그같은 건설적인 비개입 정책 중 하나는 정부를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참여자로서의 역할에서 탈피시켜, 사유 재산권의 객관적인 수호자이자 규칙의 중재인으로서 더욱 항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변신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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