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소양호 물고기 집단 폐사 사태가 던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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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찬 사회체육부 기자

지난달 19일 찾은 인제 소양호의 풍경은 기괴했다. 산자락을 품고 맑게 빛나야 할 수면은 시퍼렇게 멍든 듯 변색된 붕어 사체들로 가득했다. 1시간가량 소형 어선에 올라 물살을 가르는 동안 코끝에 눅진하게 달라붙는 악취 역시 고통이었다. 어민들은 뜰채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며 “뒤돌아서면 또 있고 또 있네…이거 참 환장할 노릇”이라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소양호 상류에서 붕어 집단폐사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3월 말이다. 이후 폐사는 잉어와 뱀장어, 쏘가리 등 다른 어종으로 번졌다. 호수 위로 사체가 끝없이 떠올랐고, 한창 조업에 나서야 할 시기에 어민들은 생계를 내려놓고 폐사체를 수거해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단폐사 소식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상인들은 소양호산 물고기를 꺼렸고, 어민들은 “올해 장사는 끝났다”며 막막함을 호소했다.

그런데도 초기 대응은 현장의 절박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일부 행정기관 조사에서는 뚜렷한 수질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물고기가 계속 죽어갔다. 어민들은 오래전부터 호수 바닥에서 악취가 올라왔고, 물속 환경이 예전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어민들의 의뢰로 진행된 대학 연구기관 조사에서는 저층수에서 치명적 독성가스인 황화수소가 검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면 가까이의 물은 ‘정상’에 가까웠을지 몰라도, 호수 바닥은 이미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사태는 국내 식수원 관리 시스템이 호수 생태계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 pH, 용존산소, 총질소·총인 등 일반적인 수질 관리 기준만으로는 대형 호수 저층의 건강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물 깊은 곳에 퇴적물이 쌓이고 산소가 부족해지면 유기물이 썩으며 독성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 겉으로는 맑아 보이는 물 아래에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소양호 집단폐사 사태가 보여줬다.

행정의 언어는 때로 너무 늦다. ‘원인 규명 중’, ‘검토 중’, ‘보상 여부 판단’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사이 어민들은 조업철을 놓쳤고, 호수는 더 많은 사체를 밀어 올렸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고, 대응이 본격화됐지만 어민들이 느끼는 시간은 이미 너무 길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사후 수습이 아니다. 폐사 원인을 명확히 밝히고, 소양호 같은 대형 식수원에 대한 관리 방식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표층수 중심의 검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층수의 용존산소와 수온, 황화수소 등 독성가스 발생 가능성, 퇴적층의 오염 상태를 정기적으로 살피는 체계가 필요하다. 상류 오염원 관리와 장기적인 생태 모니터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어민들의 걱정은 당장의 생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생 기대 살아온 소양호가 언제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소양호가 이대로 죽음의 호수로 남는다면 어민들은 삶의 터전과 직업을 동시에 잃게 된다. 이번 사태가 일회성 수습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호수 생태계와 저층 수질 관리 체계를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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