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해운사들을 향해 이란 측에 통행료나 안전 보장 대가를 지급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해협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업계는 이란군의 위협과 미국의 제재 사이에서 부담이 커지게 됐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OFAC는 1일 공지문을 내고 “안전한 통항을 위해 이란 정권에 자금을 지급하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요청하는 행위는 제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관련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고는 미국과 외국 해운업계를 모두 겨냥한 조치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의 전쟁 발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이후 자국 해안에 가까운 우회 항로를 제시하며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려고 하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정권의 전쟁자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해상봉쇄를 시행하고 있다.
OFAC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지급 방식도 폭넓게 제시했다. 현금은 물론 디지털 자산, 상계 거래, 비공식 스와프, 현물 지급 등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포함된다. 또 각국이 자국 내 이란 대사관을 통해 결제하거나 적신월사 등에 대한 자선 기부금 형식으로 우회 지급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미국 개인과 법인뿐 아니라 외국 개인과 법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OFAC는 “비미국 개인과 법인이 미국 개인과 법인에 예외적으로 허용된 경우가 아닌 방식으로 이란 정부나 이란혁명수비대와 거래하면 제재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OFAC는 외국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 가능성을 명시했다. 2차 제재는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당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에게 미국이 가하는 제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이란과 거래하면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 제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OFAC는 “차단된 이란의 디지털 자산을 교환하는 데 관여한 비미국 개인과 법인도 제재 대상인 이란 금융 부문에서 영업하거나 이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지급 행위로 인해 보험사, 재보험사, 금융기관 등 미국 개인이나 법인이 제재를 위반하게 될 경우, 관련 비미국 개인과 법인도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해운업계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이란과 거래하면 미국 제재를 받을 수 있고, 거래하지 않으면 이란군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어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맞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의 통행을 차단하는 해상봉쇄를 필요한 기간 동안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군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국의 해상봉쇄가 시작된 뒤 현재까지 상선 45척이 회항 조치됐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은 유지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전 기준 전 세계 석유·가스 교역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