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마을 일에 열심인 부부인데 얼른 낫길 바랍니다.”
29일 새벽 홍천군 화촌면 장평1리 청사초롱 마을에는 작업복 차림의 주민들이 한 두명씩 모여 들었다.
주민 75명이 집결한 곳은 2,314㎡(700평) 규모의 밭. 10년전 서울에서 귀농한 50대 최재혁·노정숙씨 부부가 일군 일터였다. 봄철을 맞아 애호박 농사가 시작돼야 하지만 부부는 나서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암 진단을 받고 수 년째 투병 중이었는데 최근 항암 치료가 시작되며 기력이 급격히 쇠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촌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올해 일손 돕기 가구로 선정했다. 이날 봉사 활동에는 위원들 뿐만 아니라 화촌면의 이장협의회, 남녀새마을지도자협의회,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도 나섰다. 청사초롱 마을 주민들까지 나서면서 봉사 손길은 점점 늘어났다.
봉사자들은 오전 내내 멀칭 비닐을 깔고, 비닐 하우스 파이프를 세웠다. 트랙터, 굴착기, 지렛대 등 장비가 동원됐다. 최 씨 부부가 애호박을 심기만 하면 될 정도로 한해 농사 준비를 마쳤다. 봉사를 마친 후에는 마을 회관에서 한 끼 식사를 나누며 정을 나눴다.
이정근 청사초롱 마을 이장은 “140세대 중 3분의 2가 귀농·귀촌 가구이고, 최씨 부부는 누구보다 마을 공동체 일에 앞장 섰다”며 “주민 모두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 얼른 완치 돼 오래도록 마을에서 함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임 화촌면장도 “화촌면은 ‘릴레이 기부’등 어려운 이웃돕기 전통과 문화가 뿌리 깊은 마을”이라며 “함께 돌보고 나누며 탄탄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하림기자 peace@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