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망경대산에 정착해 시를 짓고 있는 있는 유승도 시인이 신작 시집 ‘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를 펴냈다. 화려한 문명의 중심에서 비켜선 가장 서늘한 곳에서 가장 환한 햇살을 길어 올린 이 시집은 현대인들에게 비움과 무위(無爲)의 미학을 선사한다.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는 인간과 자연 사이의 위계가 사라진 ‘평평한’ 공간이다. 시 ‘자연의 손바닥’에서 그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내려놓고, “너도 나도 자연이란 몸의 세포 하나하나”일 뿐이라고 노래한다. 손오공이 날아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듯, “부처는 날아봤자 자연의 손바닥 안”이라는 것이다.
표제작인 ‘별 볼 일 없는 데만 가게 된다’에서 시인은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그저 그런 물가로 향하는 자신의 덤덤한 일상을 고백한다. 이를 고치려 하지 않고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은 세속적인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보폭 지키겠다는 단단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별 볼 일 없는’ 풍경 속으로 스스로 잦아듦으로써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풍요로운 내면의 평안을 얻는다.
시집을 관통하는 또 다른 굵직한 주제는 ‘죽음과 순환’이다. 곳곳에 5년 전 세상을 떠난 둘째 형님(유승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그러나 시인은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죽음조차 삶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으로 껴안는 넉넉함을 보여준다. 특히 ‘시인의 말’에서 그는 봄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산중 풍경을 바라보며 “봄은 죽음의 또다른 얼굴”이라는 역설적인 통찰을 내놓는다.
첫 시 ‘유서’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남의 몸을 먹으며 살았으니 육체나마 숲의 동물들에게 돌려줘야겠다”며 봉분 없이 밭 가장자리에 묻어달라고 당부해, 단절이 아닌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완전한 ‘자연 회귀’의 정신을 보여준다.
유승도 시인의 시는 화려한 수사나 난해한 은유를 배제하고 툭 터놓듯 담백하고 직설적인 일상어로 쓰여 그 울림이 더욱 무겁다. 고형렬 시인은 추천평과 발문을 통해 이 시집을 “문명의 반대편에 서 있는 수많은 우울과 자책의 저녁을 보낸 자의 아침 노래”라며 “절묘한 구성을 얻은 한편의 삶”이라고 극찬했다.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생명을 마주하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창비 刊, 92쪽, 1만2,000원.
오석기기자 sgtoh@kw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