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칼럼]원인을 몰라 더 길어진 통증…말초신경을 찾아야 할 때

양진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허리나 다리가 아프면 많은 이들이 먼저 ‘디스크’를 떠올린다. 실제로 척추 질환은 흔하다. 모든 통증의 원인이 척추에 있는 것은 아니다. 척추에서 뻗어 나온 신경이 몸 곳곳을 지나가며 눌리거나 손상되는 ‘말초신경’ 문제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통증 부위가 허리 아래라고 해서 무조건 척추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 신경이 지나가는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통증의 원인을 놓칠 수 있다.

음부신경병증은 비교적 희귀질환에 속한다. 전국적으로도 이를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 경험을 갖춘 의료진은 손에 꼽힌다. 양진서 교수에 따르면 해당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는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다.

희귀하다는 이유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검사에서 큰 이상이 보이지 않으면 ‘정상’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다.

음부신경은 회음부 감각과 배뇨·배변 기능, 성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통증 부위가 민감하다 보니 환자들이 증상을 상세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진료 자체를 미루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영상검사로는 명확한 이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더욱 까다롭다.

말초신경 질환은 골반 깊은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비교적 흔한 예가 비골신경병증이다. 무릎 바깥쪽, 비골두 부위를 지나는 신경이 압박돼 발생한다. 특히 음주 후 딱딱한 바닥에서 옆으로 장시간 잠드는 습관은 대표적인 원인이다.

초기에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지만, 수개월 이상 방치하면 신경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 단순 근육통이나 ‘잠을 잘못 자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기에는 위험한 이유다.

실제로 비슷한 증상으로 인해 풍(뇌졸중)이나 척추문제로 오해해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받으며 시간이 지체돼 초기치료가 늦어져 효과가 낮아지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말초신경 질환은 드물고 진단이 까다로운 만큼 전문성이 요구된다. 그동안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지역에서도 고난도 말초신경 진료가 가능하다.

고난도 말초신경 질환은 국내에서도 전문적으로 진단·치료하는 의료진이 많지 않다. 실제로 관련 영역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의사는 극소수라고 알려져 있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진료실에는 지역 환자 뿐 아니라 수도권과 영남·충청권 등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다른 병원을 거친 뒤 마지막 선택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척추에는 감각을 전달하는 신경과 움직임을 담당하는 운동신경이 함께 지나간다. 대부분 신경통은 약물치료나 신경차단술로 조절이 가능하다. 드물게 상완신경총 손상처럼 심각한 신경 손상 이후에는 극심한 난치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고 환자들은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보존적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 시행하는 수술이 ‘척수 통증 신경 절제술’이다. 척수 뒤쪽에서 감각 신경이 들어오는 부위 중 비정상적으로 통증 신호를 과도하게 전달하는 부분을 2~3㎜ 정도 미세하게 선택 절제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통증 신호 통로를 차단해 극심한 신경통을 줄이는 것이고 운동 기능은 최대한 보존돼야 한다.

말초신경 진료는 단순히 저림을 치료하는 분야를 넘어, 난치성 신경통까지 다루는 고난도 영역이다. 통증을 참는 것이 해결이 아니라는 사실과 정확한 진단과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단정하기보다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설명이 되지 않는 통증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원인이 없는 통증은 없다. 말초신경을 향한 작은 관심이 오랜 통증을 끝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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