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막을 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단 하나의 메달도 수확하지 못하고 빈손 귀국을 해야 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이후 24년 만의 충격적인 결과다. 출전 선수단 규모 역시 34년 만에 최소 인원에 그쳤다. 빙속 강국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 같은 성적 부진의 일차적 원인으로 훈련 환경의 낙후가 지목되는 점은 매우 뼈아픈 대목이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은 2009년 조선왕릉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라 철거가 예정된 시한부 시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보수 공사는커녕 빙질 관리조차 해외 경기장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내와 해외의 빙질 차이가 너무 커 적응에 애를 먹는다”고 호소하는 마당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이 대안이 될 대체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사업이 행정 난맥상 속에 장기간 표류해 왔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2024년 8월, 부지 공모 절차를 돌연 중단했다. 이후 1년 6개월 넘게 사업은 방치되었고 그사이 선수들의 훈련 여건은 더욱 악화했다. 다행히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사업을 대한체육회로부터 이관받아 직접 추진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문체부는 사업 이관 결정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부지 선정 작업이 지연될수록 2030년 다음 동계올림픽 준비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인프라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설계와 시공에 드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시작해도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특별자치도의 춘천, 원주, 철원 등 3개 지자체가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주목할 만하다. 강원자치도는 이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동계스포츠의 메카’다.
기존 인프라와의 연계성, 기후 조건, 그리고 동계 종목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이해도와 열망은 타 지역이 갖지 못한 강점이다. 특히 훈련장 부재로 고통받는 선수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입지 조건과 행정적 지원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엄중히 평가해야 한다.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은 무너진 한국 빙상의 자존심을 세우고 미래 세대 선수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국가적 과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