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강원특별법 3차 개정 조기 심의를 요구하는 김진태 도지사의 삭발과 국회 앞 천막, 눈길을 붙잡아야 할 지점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그 뒤에 켜켜이 쌓인 생활의 경고음이다. 강원특별법 3차 개정이 ‘생존법’이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라 지난 수십년 동안 누적된 불균형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마지막 신호에 가깝다.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은 달았지만 강원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은 생각보다 좁다. 중앙이 쥐고 있는 사무와 예산의 고리는 탄탄하고, 지역이 겪는 현실은 각자 다르다. 접경과 산림, 농어촌이 많은 강원은 규제의 밀도가 높고, 그만큼 산업과 일자리의 선택지가 얇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을 지기 어렵고, 재정이 약하니 미래 투자를 결심하기 어렵다. 그러니 ‘특별’이라는 간판이 진짜 특별해지려면 중앙의 일을 지역으로 옮기고 규제 특례를 넓히며 재정 자립의 토대를 키우는 법적 장치가 뒤따라야 한다. 여기서 밀리면 강원은 또 한 번 ‘기다려 달라’는 말로 시간을 잃는다. 시간을 소비한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면 학교로 가보면 된다.
#장면 2. 올해 강원 초등학교 20곳은 신입생이 0명이고 21개교는 단 1명만 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실의 빈자리는 단지 학령인구 감소의 통계가 아니라 마을의 내일이 접히는 소리다. 아이가 없으면 교사가 떠나고 학교가 약해지면 젊은 가족이 더 떠난다. 그 과정은 보이지 않게 진행되지만 결과는 잔인하게 확정적이다. 지역소멸은 ‘언젠가’가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도로를 놓는 일조차 단순한 토목이 아니라 생존의 동맥이다.
#장면 3. 2019년 수도권-강원 접근성 강화를 목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이후 사업비 부족으로 지연됐던 사업이 7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른 제2경춘국도가 전 구간 발주를 마치고 착공 수순에 들어섰다는 소식은 반갑다. 다만 중요한 건 착공 뉴스가 아니라 완공의 약속이다. 2029년 목표가 ‘목표’로만 남는 순간, 지역은 다시 한번 계획의 희망을 소비하고 실망의 부채를 떠안는다. 이 세 장면을 한 줄로 잇는 패턴은 분명하다. 강원은 늘 국가적 필요 속에서 ‘양보’해 왔고, 그 대가를 충분히 돌려받지 못했다. 규제는 국가가 안겼지만 비용은 지역이 치렀고, 기회는 수도권이 가져갔지만 공백은 지역에 남았다. 숫자의 정치가 냉정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강원인은 없다. 인구가 적으니 표가 적고, 표가 적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논리도 익숙하다. 그러나 헌법의 가치는 인구 비례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이고, 지역이 감내해 온 안보·환경·규제의 ‘공공 부담’에는 정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인물 경쟁이 아니라 정책의 결투장이 돼야 한다. 여야 단체장 후보들이 강원특별법 3차 개정의 구체적 로드맵을 놓고 겨뤄야 하고, 학교 소멸에 맞설 교육·정주 전략과 교통망 투자, 일자리 유치의 설계도를 내놓고 검증받아야 할 때다. 강원인들은 ‘우리 편’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 생존’의 기준으로 질문해야 한다. 어느 후보가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원의 권한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지, 어느 후보가 지역의 공공 부담을 국가의 공공 책임으로 환원할 수 있는지, 그 실력을 따져 물을 때 ‘강원도의 몫’은 온다.
강원이 똘똘 뭉친다는 말은 구호로 끝나선 안 된다. 우선, 강원특별법 개정의 핵심 조항을 도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이양 사무와 규제 특례, 재정 확충의 우선순위를 합의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가 있는 마을’이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들기 위해 교육·의료·교통을 묶은 패키지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제2경춘국도 같은 광역 인프라 사업은 공정별 일정과 책임 주체를 투명하게 관리해 지연을 막아야 한다. 더 나아가 강원은 스스로를 변방이라 부르며 체념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변방은 지리의 이름이 아니라 정치 행위의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