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충남·대전, 대구·경북 등 3개 권역의 행정통합을 지원하는 이른바 ‘통합특별법’이 특별자치도의 자생력을 무력화시켜선 안 된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초광역 메가시티를 구축하려는 취지 자체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추진 과정과 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기존 특별자치도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23일 기자 간담회에서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며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기존 특별자치도들의 절박한 위기감을 대변한 정당한 항변이다.
우선, 법안 심사 과정의 졸속성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을 의심케 한다. 3대 통합특별법안의 조문 수는 도합 1,190개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행정 체계를 뒤흔들고 막대한 권한과 재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메가톤급 법안들이다. 그런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는 이를 단 사흘 만에 처리했다. 하루 평균 400개의 조문을 심사했다는 것인데, 이는 물리적으로도 제대로 된 검토가 불가능한 ‘수박 겉핥기’식 심사다. 통합 대상 주민들의 충분한 숙의나 합의 과정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통과시키는 것은 입법 폭주나 다름없다.
더 큰 문제는 형평성 상실과 기존 특별자치도에 대한 역차별이다. 강원특별법이 단 84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것에 비해 이번에 추진되는 3개 통합특별법은 각각 400개 안팎의 방대한 조문을 품고 있다. 단순히 양적인 차이를 넘어 그 내용의 불공정성은 더욱 심각하다.
강원자치도가 출범 이후 피와 땀으로 일궈낸 산림, 군사, 농업, 환경 등 4대 핵심 규제 완화 특례가 통합특별법에 사실상 ‘복사 붙여넣기’식으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강원자치도가 도민의 역량을 총결집하고 공직자들이 발로 뛰어 힘겹게 얻어낸 혁신적인 제도를 통합 지자체들은 아무런 노력 없이 덤으로 얻어가는 격이다. 심지어 강원자치도에는 3년이라는 한시적 족쇄를 채워 허용한 ‘농촌활력촉진지구’ 같은 특례조차 통합특별법에는 전혀 어떠한 제약 조건 없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이는 선도적으로 규제 혁신을 이끌어온 강원자치도의 노력을 철저히 기만하는 행위다. 혁신의 역할을 한 지역에 불이익을 주고, 뒤따라오는 지역에 무임승차의 혜택을 남발한다면 앞으로 어느 지자체가 뼈를 깎는 혁신과 연구에 나서겠는가. 또한 통합특별법에 ‘공공기관 이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조항이 명시된 것은 국가 균형발전의 근간을 훼손하는 독소 조항이다. 이는 행정통합을 하지 않은 강원자치도 등 나머지 지역을 공공기관 유치 경쟁에서 무조건 후순위로 밀어내는 명백한 페널티다. 행정통합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 공공자원 배분에서 특혜를 준다면 이는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또 다른 불균형을 낳는 하책이 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