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시작부터 춘천시의회 사무국장 자리가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인사 지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중심이 비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진다. 의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을 감시하며 시민의 뜻을 정책과 제도로 연결하는 기관이다. 그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국장의 공백은 단순한 자리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의정 운영의 연속성과 전문성, 더 나아가 지방자치의 근간과 직결된 사안이다.
지금 의회는 암흑 같은 동굴을 걷는 심정으로 의정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방향은 분명하다. 시민의 권익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조직 체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의회의 불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대신해 행정을 점검해야 할 기관의 기능이 약화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시민들은 묻고 있다. 왜 일부 지역 사업은 지연되고 있는지,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청년 정책은 실제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이러한 질문에 끝까지 답하고,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이 의회의 책무다. 사무국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책 검증의 깊이와 예산 심사의 치밀함, 행정 감시의 지속성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의회는 갈등이 아닌 협력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자 했다. 의정 경험과 정무적 감각을 갖춘 인사를 내부 논의를 거쳐 선정했고, 절차에 따라 집행부에 요청했다. 또한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며 제도적 틀 안에서 해법을 찾자고 밝혔다. 이는 권한을 넓히려는 시도가 아니라 의회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동상이몽(同床異夢)에 가깝다. 같은 지방자치를 이야기하면서도 실행을 향한 의지와 속도는 달라 보인다. 제안에 대한 대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대답의 미미함은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다. 원론적 설명과 형식적 검토만으로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의회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의 자세로 원칙과 절차를 지키며 설득을 이어왔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듯, 끈기 있는 노력으로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자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춘천시의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이다. 오늘 지방자치의 원칙을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다음 세대에게 돌아간다. 협약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약속이며, 실행이 따르지 않는 약속은 신뢰를 약화시킨다.
지방자치는 긴장 속 협력의 구조다. 의회와 집행부의 역할은 다르지만, 목표는 같다. 시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형식적 답변을 넘어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춘천시의회는 시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합당한 절차에 따른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다. 이는 대립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한 책임의 표현이다.
지방자치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 실천은 지금, 분명한 책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