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특별’이 넘치는 시대, 농업과 농촌은 어디에 서 있는가

김관수 전 홍천농협 전무

◇김관수 전 홍천농협 전무

요즘 대한민국 행정체계를 보면 ‘특별’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 여기에 더해 광역행정구역 통합 논의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 속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농업과 농촌,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은 어디에 서 있는가.

농촌은 이미 ‘비상상황’이다. 지방의 군 단위 지역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청년층은 일자리와 교육 여건을 찾아 도시로 이동하고, 남은 인구는 빠르게 늙어간다. 농산물 가격은 불안정하고, 생산비는 오르며, 마을 상권은 위축되고 있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식량안보와 국토 보전의 기반이다. 그럼에도 정책 논의의 중심은 구조 개편과 행정 통합에 쏠려 있다. 농촌 현장의 절박함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밀려나 있는 형국이다.

광역통합, 또 다른 ‘집중’의 시작은 아닌가. 광역통합의 취지는 행정 효율과 경쟁력 강화일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분명하다. 광역 단위가 커질수록 중심 도시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농촌과 변방 지역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위험이 있다.

특히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는 더욱 민감하다. 과거 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추진된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경제에 일정한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광역통합이 이뤄질 경우, 통합 중심 도시에 공공기관이 추가로 집중되거나 재배치되는 ‘특혜’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또다시 중심 도시에 기관과 인프라가 몰린다면, 이는 균형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집중이 될 수 있다.

균형발전의 본래 취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은 단순히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광역 내부의 격차, 도시와 농촌의 격차까지 함께 고민해야 진정한 균형이다.

강원특별자치도나 전북특별자치도처럼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은 광역 내부에서도 농촌 비율이 크다. 이런 곳에서 광역통합이 추진된다면, 농업·농촌 의제를 별도로 보호하는 장치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공공기관 재배치 시 농촌 인접 지역 우선 배려, 농업 관련 공공기관의 전략적 배치, 농촌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의무 투자 비율 설정, 통합 광역 내 ‘농촌균형발전 기금’ 별도 조성. 이와 같은 장치 없이는 통합이 곧 균형을 의미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특별’이라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특별자치, 광역통합, 행정개편. 모두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분명해야 한다. 행정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삶을 지키고 지역의 미래를 살리는 것.

‘특별’이라는 간판이 늘어나는 사이, 정말 특별하게 보호받아야 할 농업과 농촌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광역통합이 또 다른 집중과 특혜의 통로가 될 것인지, 아니면 농촌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것인지는 지금 어떤 원칙을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의 미래는 도시의 확장이 아니라 농촌의 회복 위에서 완성된다. 이 점을 잊지 않는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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