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문화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가 문화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지방은 향유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문화정책 또한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재설계 돼야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설립은 단순한 문화시설 확충이 아니라, 국가 문화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금석이다. 그리고 그 분관은 반드시 원주에 설치돼야만 한다.
원주는 사통팔달 교통 요충지로서 지리적 접근성과 광역 문화수요 흡수력이 뛰어나다. 3개의 KTX 철도역과 3개의 고속도로망을 갖추고 있으며, 2028년 준공 예정인 여주~원주 복선전철까지 완성되면 수도권과 40분대 생활권이 현실화된다.
이는 서울·경기 뿐 아니라 충북·강원의 관람 수요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국립시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접근성과 파급력’ 면에서 뚜렷한 우위를 갖게 된다.
‘입지’ 측면에서도 원주는 분명한 강점을 가진다. 단계동 옛 정부종합청사와 학성동 옛 법원·검찰청 부지는 오랜 기간 방치된 유휴 국유지 활용과 기존 공공자산의 재생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상징성이 크다.
실제로 그간 건립되었거나 추진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지역분관을 보면, 서울관은 국군기무사령부 부지를, 청주관은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활용하였다. 현재 추진 중인 대전관은 옛 충남도청 부지를, 진주관은 곧 이전할 국립진주박물관 부지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원주시가 제안한 두 곳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10여 년간 방치된 유휴 국유지 활용과 원도심 도시재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국유재산의 공공적 활용 강화 정책, 도심 쇠퇴 지역에 문화·창의 시설을 도입하는 도시재생 방향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러한 부분은 단순한 부지 경쟁을 넘어 ‘지역문화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엇보다 원주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강원특별자치도 유일의 법정문화도시로, 시민 참여형 문화정책, 생활문화 확산, 문화예술 기반 조성 등에서 이미 검증된 성과를 축적해 왔다.
비록 문화도시사업은 종료됐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지역 문화역량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안착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반이 될 것이다.
원주시는 그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 유관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제안 부지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토 절차를 병행해 왔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단순한 ‘희망’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책과제로서 분관 유치의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
원주는 강원혁신도시의 핵심 거점으로 공공기관 집적 효과를 이미 경험한 도시이며, 주변 지역과의 연계·확산을 통해 강원권 전체의 문화향유 기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2027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인 원주시립미술관은 시민 생활문화의 접점을 넓히는 한편, 향후 국립현대미술관 분관과의 공동 기획전·교육 프로그램·학술 연계를 통해 상호 보완적 문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미술관의 기능과 국가 미술관의 역할이 중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주를 ‘복합형 미술도시’로 도약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원주 설치는 지역의 요구를 넘어 국가 문화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선택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문화 인프라 확충이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문화 역량이 이미 축적돼 있고, 광역적 파급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가장 효율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