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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까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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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기자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윤극영 선생의 동요 ‘설날’을 읊조리다 보니 불현듯 궁금해졌다. ‘왜 까치 설날이 어저께(섣달 그믐날)일까?’ 찾아보니 참 다양한 의견이 등장한다. 국어학자 고(故) 서정범 교수는 원래 그믐날은 ‘아찬설’ 또는 ‘아치설’이라 불렀다고 한다. ‘아찬’과 ‘아치’는 순우리말로 ‘작은’이라는 의미다. 설 전날을 ‘작은 설’이라고 해서 ‘아치설’이고, 아치가 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형돼 동요로 소개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은 삼국유사의 설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신라 소지왕 때 왕후의 모반을 까마귀와 쥐, 돼지, 용 등의 도움으로 모면했다는 얘기다. 소지왕이 도움을 준 동물들이 모두 십이지에 속하지만, 까마귀만은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마귀의 날’이라 정했는데, ‘까마귀’가 훗날 ‘까치’로 와전됐다는 얘기다. ▼까치설은 국어대사전에 있는 엄연한 우리말이다. ‘어린아이의 말로, 설날의 전날 곧 섣달 그믐날을 이르는 말’이라고 일컫는다. 토지의 박경리 선생도 시(時) ‘까치설’을 통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한다. ▼새해 첫날이 ‘설’이다. 국권을 빼앗기면서 일본식으로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받아들였고, 광복 후에도 그대로 이어갔다. 진짜 설은 ‘구정(舊正)’으로 치부했다. 1989년, 80년여 만에 본디 우리의 ‘설’을 되찾았다. 비록 양력이긴 하지만, 새해를 앞둔 심정으로는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박경리 선생의 시(時) ‘까치설’ 처럼 “까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음식 내놓을 마당도 없는 아파트 천지/ 문이란 문은 굳게 닫아놨고/ 어디서 뭘 얻어먹겠다고/ 까치설은 있기나 할까” 설은 예부터 풍요로웠을까. 한끼를 채우는 일조차 쉽지 않았으리라 미루어 짐작된다. 박경리 선생의 시구절처럼 차례를 하면 터줏대감인지 거리귀신인지 모를 까치나 동물을 주려고 마당이나 담장 위에 음식물을 올려 뒀던 조상들의 마음 씀씀이를 헤아려 보는 설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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