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가 화천을 다시 그린다. ‘산천어의 고장’으로 알려진 화천이 이제는 ‘K파크골프의 수도’라는 타이틀로 언론의 헤드라인에 오르고 있다. 사내면에 들어선 네 번째 파크골프장에 이어 하남면에 다섯 번째 구장이 곧 문을 연다. 화천의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체육시설이 아니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외지 동호회원들, 예약으로 꽉 찬 숙박업소, 회전율 두 배의 식당들. 어제는 취미였던 일이 오늘엔 체류형 경제 구조의 축이자 생계의 지탱점이 됐다. ▼파크골프로 접경지역, 지방의 한계를 다시 쓴 반전의 서사에는 미래의 먹거리를 찾으려는 행정의 앞선 노력이 있었다. 국내·외 파크골프장을 돌아보며 최상의 구장을 조성했고, 이렇게 탄생한 파크골프장은 하나의 체육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브랜드가 되고, 그 브랜드가 이주와 정착을 불러오는 구조를 만들었다. 고령층에 최적화된 종목이 세대 통합의 매개가 되고, 여가가 곧 경제가 되는 이 기묘한 전환은 ‘경제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사례다. ▼파크골프는 주민들에게 ‘복권’에 가깝다. 주둔 군부대 해체라는 결정 앞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사내면 지역이 더욱 그렇다. 전국 규모 대회 예선이 치러지면서 수많은 동호인들이 사내면을 찾고 있다. 이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소비가 일어난다. ‘공이 굴러간 자리에 돈이 따라온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여기에다 하남면까지 차를 몰아야 했으나 이젠 바로 집 앞에서 채를 잡는다. 삶의 반경이 좁아진 게 아니라 생활의 밀도가 높아졌다. ▼꽃도 피우는 것보다 가꾸는 일이 더 어렵다. 익숙해지는 순간 잊히는 게 시설의 숙명이라면 지금 필요한 건 유지의 기술이다. 이 시설이 10년, 20년 뒤에도 웃음을 불러오는 장소로 남아 있어야 한다. 파크골프가 잠깐의 이벤트가 아니라 오래가는 지역의 리듬이 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때마침 잔디밭 위의 스윙이 지속되도록 하는 더 프로페셔널한 운영철학이 제시됐다. 최전방 오지의 한계를 ‘공의 전환’으로 이끌어 낸 화천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