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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한미,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주요 내용 논의 교착 상태"…"타결 임박" 트럼프와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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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인터뷰서 "타결 지연이 실패는 아냐…양국에 합리적 결과 도달할것"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0.26 . 사진=연합뉴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무역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가 아직 교착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에서 무역 합의를 했을 때 한국이 하기로 한 3천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는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겠지만 그게 한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화가 계속되고 있으며 생각에 일부 차이가 있지만, (타결) 지연이 꼭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우방이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과, 타결이 임박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서는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약식 회견 가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가진 약식 회견에서 '이번 방문에서 한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이 현재의 협상 상황에 대해 상당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면서 오는 29일 경주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합의 타결을 선언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대통령의 이번 인터뷰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방미 협의(현지시간 22일·한국시간 23일)를 진행한 다음날인 24일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던 한국 노동자 300여명이 미국 이민 당국에 구금됐다 풀려난 사건과 관련해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일으켰으며 난 일부 노동자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과 합리적인 대우를 보장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매우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이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논의 중인 비자 체계 개선과 관련해선 "머지않은 미래에 해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한 각국 정상들[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안보 현안에서는 한미 양국 간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외부 요인과 무관하게 북한을 억제할 준비가 돼야 한다면서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늘리기로 한 결정은 미국의 요구 때문이라기보다 자주 국방을 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유지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게 명백하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주한미군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 끼인 한국의 처지가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한국은 계속해서 미국과의 동맹을 소중히 여기고 강조할 것이며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협력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를 제재한 것에 대해선 "매우 유감이고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이런 일이 미래에도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중국의 압박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면서 한국이 30여년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여전히 힘들어하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 추세가 계속되면 버블은 필연적으로 터질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단지 경제적 위기가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6

한편, 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및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첫 일정으로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논의한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 납치 및 구금 사태가 주목받은 가운데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등을 비롯한 현안에 대한 정상 간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어지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한국과 아세안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 간의 관계 수립 40주년인 202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하겠다는 뜻과 함께, 작년 수립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구상을 소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영어 약자인 '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에 맞춘 양측의 협력 강화 전략을 천명하고 우리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를 강조할 방침이다.

또 이 자리에서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골자로 하는 'END 구상' 등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 비전을 공유하고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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