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감금한 사고건수가 지난해 220건이던 것이 올해 8월 기준 330건으로 1년 사이 50% 이상 늘었다. 피해자는 대부분 해외 취업·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인된 20~30대 청년층이다. 각종 루머와 억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실종된 청년들이 1,000여명 이상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구직난과 경기 침체, 고용 불안정이 해외 취업 관심으로 이어졌고, 온라인상의 구직 플랫폼과 SNS 구인광고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일자리 정보, ‘해외 취업 성공담’, ‘고수익 보장’ 등의 콘텐츠가 청년층의 취약한 심리를 자극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올해 청년(15~29세) 실업률이 7% 내외로, 체감실업률은 20% 이상 육박하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쏠림현상이 뚜렷하고, 중소기업 기피 및 임금 격차, AI와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 등이 주된 원인으로 청년실업 최악의 상황과 중소기업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진행되고 있다. 즉, 청년층의 장기 실업자가 역대 최대의 수치를 기록하면서, 출구도 퇴로도 없는 현실이 청년들을 좌절로 몰아넣고, 이 절박함을 노린 해외 취업사기라는 독버섯이 자라나는 토양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요즘 일부 2030세대 사이에서는 ‘낳음당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질문들’이라는 대담프로에서 한 이 말을 듣는 순간 충격적이었다. ‘태어남을 당했다’는 의미의 생경한 말에 대해 영화 번역가인 황석희씨는 문법적으로는 틀렸지만 심리적으로는 소름 끼치게 정확한 이 신조어를 “단순한 투정이 아니며, 이 문장의 행위 주체가 ‘나’가 아니라 나를 이 세상에 밀어 넣은 정체 모를 ‘무언가’이고, 시작부터 나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를 완벽하게 차단해 버리는 이 영리한 책임 전가 앞에서 10대들의 무력감을 읽는다”고 평가했다.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청년 정책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