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존 직장인중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했다.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 졸업예정자중 상당수 역시 실업자의 길로 들어섰다. 이때 급속도로 성장한 분야가 불법 다단계인 '피라미드' 였다. 이들은 일확천금을 미끼로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던 대학 졸업생들을 꾀어냈다. 당시 대학 졸업 및 직장을 다니던 필자는 주변에서 피라미드 피해자에 대한 소문을 수 없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전화로 직장을 찾아 서울로 갔다가 피라미드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흔한 레퍼토리중 하나였다. 또 피라미드 업체에 들어가 교육을 받은 뒤 부모님과 일가 친척에게 고가의 '옥장판'을 팔았다는 이야기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였다. 결국 피라미드 업체에 끌려간 자녀를 찾으려는 부모의 제보가 경찰과 언론사에 빗발쳤다. 각 방송사들이 이들 부모와 함께 피라미드에 빠진 자녀를 구해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집단 합숙소였다. 좁은 방 입구에 수없이 많은 신발들, 방안에 쌓인 옷가지와 이불 등은 과연 이곳에서 잠이나 편하게 잘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피라미드 업체에서 빠져나온 이들은 직장 면접에 앞서 업체 관계자들이 가방과 옷가지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아예 도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셈이다. 이후 교육과 판매 독려, 판매에 성공한 직원들에 대한 과대 포상 등이 이어지면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탈출한 이들은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 친척, 이웃, 친구, 지인들과 연락이 끊기며 생사조차 확인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20여년 이전의 이야기지만 최근 캄보디아 대학생 납치 사망 사건과 비교하면 데자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문제는 과거의 경우 피해 규모가 금전 문제였다면 이제는 금전과 생명까지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시작은 비슷하다. 숨진 대학생의 경우 대학 선배의 소개로 캄보디아로 향했다. 그리고 감금 당한채 불법 행위에 동원됐고 결국 고문 등으로 숨졌다.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몇년 사이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취업사기와 납치 감금 사건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국내 청년들을 꾀어낸 방식은 지인 소개, 온라인 게임, 메신저, SNS 등을 동해 고수익 아르바이트, 해외 취업 등 이다. 유혹에 속아 동남아를 찾은 청년들은 곧바로 여권을 뺐겼고 범죄조직에서 불법 활동에 동원된다. 연락이 끊어지자 가족들은 경찰과 대사관 등에 피해를 호소했지만 자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늦었지만 최근 우리 정부가 청년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다행이다. 납치된 청년들이 안전하게 귀환하기를 바란다. 이 대목에서 청년들이 왜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일본에서 취업하는 국내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인구 소멸 등으로 구인난을 겪는 일본의 기업들이 교육 및 인성 수준이 높은 한국 청년들을 선호하고 있다. 구직난을 겪는 우리 청년들은 국내에서는 방법이 없자 일본을 선택한 셈이다. 일본 기업의 급여 수준은 국내 업체보다 다소 낮지만 고용이 보장 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청년들 눈높이에 맞는 국내 직장이 많았다면 과연 해외 취업을 하려는 발걸음이 이렇게 많았을까? 많은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로 향했을까? 경기 상황과 관계 없이 국내 취업시장은 해가 갈 수록 점점 더 얼어붙고 있다. 우리 청년들을 위해 취업시장이 하루 빨리 활성화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