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5년 발표된 김유정의 단편소설 ‘금 따는 콩밭’은 한반도에 본격적인 금 채굴 붐이 일었던 일제강점기가 배경이다. 농사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던 영식은 가난을 면해보려고 가꾸던 콩밭을 갈아엎고 무작정 금 캐는 일에 덤벼들었지만 결국 한 해 농사를 다 망치게 된다. 금에 대한 열광은 일제의 수탈 정책이 빚은 사회적 현상이었다. 전국 곳곳에 광산이 생겨났고, 궁핍에 시달린 수많은 농민이 모여들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금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금광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영어 ‘노타치(No touch)’가 노다지로 바뀌었다는 유래도 있다.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금 모으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외환 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게 되자 많은 국민이 자발적으로 장롱 속에 간직해 둔 금붙이를 은행으로 가져갔다.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금을 모아 수출해 이를 상환하자는 대표적인 국민 캠페인으로 전국적으로 약 351만 명이 참여해 227톤의 금을 모았다. ▼금이 주식을 이겼다. 올 들어 금값은 50% 넘게 뛰며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했다. 주식, 비트코인, 원자재까지 모두가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 속에서도 금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미 달러화 약세가 겹치면서 금값이 197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금값 랠리가 오히려 세계 경제의 불안을 반영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력한 중앙은행 매수세, 개인투자자 수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며 내년 말 금값이 온스당 4,9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세계 경제의 회복력은 아직 완전히 시험받지 않았다”며 “그 시험이 곧 올지도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금 수요가 이를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우리도 금값 폭등의 경고를 흘려듣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