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의 가뭄을 채운 책임과 보람 -
정종범 (3군수지원여단 13보급대대 9급)
“강릉 급수지원 파견 운전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예상 기간은 일주일입니다.”
처음 들려온 한마디는 곧 무색해졌다. 가뭄의 끝은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군수지원을 위해 모여든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급수차들은 끝을 알 수 없는 기차처럼 저수지를 향해 이어졌다.
오봉저수지에 닿자, 눈앞의 풍경은 숨을 삼키게 했다. 바닥은 갈라져 있었고, 연결된 하천은 흐름조차 잊은 듯 고요했다. 물은 부족했지만, 우리의 임무는 분명했다. 가능한 많은 물을 실어 나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었다.
하루 250㎞를 달리는 길 위에서, 피로는 쌓여갔다. 그러나 입술 끝에 맺힌 것은 하소연이 아니라,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물을 옮기겠는가”라는 다짐이었다. 장병과 군무원의 어깨 위에는 책임과 자부심이 함께 놓여 있었다.
현장은 따듯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건낸 음료수, 군이 마련해 준 따듯한 식사, 함께 흘린 땀방울이 서로를 지탱했다.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마음은 하나로 이어졌다.
주말 하루, 단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꺼낸 우산이 반갑게 느껴졌다. 갈라진 저수지가 숨을 돌리고, 메마른 하천에 다시 물소리가 깃들었다. 그 순간은 모두의 마음을 적셔주었고, 우리에게 다시금 힘을 내게 하는 신호가 되었다.
이번 파견은 단순한 지원활동이 아니었다. 저수지 위로 천천히 차오르는 물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사명감이 고요히 차올랐다. 국민 곁에서 언제나 함께 한다는 다짐, 그리고 맡은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다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다.
지난 강릉의 가뭄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였다. 현장에서 함께 땀 흘린 동료들과 기다려 준 시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번 파견은 군이 국민과 함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군무원으로 살아가는 나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