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풍성한 이유는 봄에 뿌린 씨앗 덕분이다.” 누구나 아는 이 단순한 진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젊을 때 준비한 작은 씨앗이 노후를 얼마나 따뜻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지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곤 한다. 이제는 노후준비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된 백세(百歲)시대, 이런 초고령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은 ‘푸른씨앗’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2022년 9월 출범한 ‘푸른씨앗’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로복지공단이 직접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다. 낮은 수수료, 국가지원, 높은 수익률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공적 연금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최저임금의 130% 미만을 받는 저소득 근로자에게는 근로자와 사업주의 부담금 각각 10%를 국가가 지원하고, 3년간 수수료 전액을 면제도 제공한다. 이는 노후 보장이 취약한 근로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 덕분에 ‘푸른씨앗’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5년 8월 말 기준, 전국 3만여 개 사업장과 14만여 명의 근로자가 가입했고, 기금 규모는 1조 5천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 3년간 수익률 또한 2023년 6.97%, 2024년 6.52%, 2025년 8월 말 기준 5.73%(연 환산 8.73%)로 민간 퇴직연금 평균수익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제도 시행 3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도 누적 수익률이 20%를 넘어섰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근로자 수 30인 이하 사업장만 ‘푸른씨앗’ 가입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정부는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를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장 가입요건을 30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하고, 단기 근로자, 플랫폼 노동자, 노무제공자 등 취약계층으로도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가 불안정한 시대에 퇴직연금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다.
특히 강원도의 현실은 이러한 제도적 확대의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강원도는 관광․서비스업, 건설업, 계절 일자리 등 고용 변동성이 큰 산업비중이 높다. 여기에 청년층 인구 유출과 고령화 심화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겹쳐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푸른씨앗’은 불안정한 일자리 속 강원 근로자들의 노후를 지켜주는 사회안전망으로 기능할 것이다.
앞으로 공단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한편, ‘푸른씨앗’의 가입문턱을 낮추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여 퇴직연금을 사회적 책임과 연대의 연금 모델로 성장시키는 데 있어 집중할 것이다. 이는 한 세대의 노후 보장을 넘어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복지자산을 쌓는 오랜 과정일 것이다.
2030세대에게 노후는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은퇴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야 하는 백세시대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길은 고단할 수 밖에 없다.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은 작지만 든든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지금, ‘푸른씨앗’을 심어 인생의 풍요로운 가을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