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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홍천강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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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지난해 이맘때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한낮에도 센강을 달리는 러너(Runner)들이 인상적이었다. 파리에서 거주하는 가이드는 “여기 사람들은 달리기에 진심이어서 조깅, 석깅, 비깅이에요. 뚱뚱하면 파리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낮과 밤에도 뛰고, 비가 내려도 뛴다는 얘기였다. 패션, 예술뿐만 아니라 ‘센강 달리기’를 즐겨야 진정한 파리지앵이구나, 인상 깊었다. ▼요즘 서울에서도 ‘한강 달리기’가 대유행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한강 러닝’을 검색하면 초보자, 중급자, 상급자 추천 코스가 나올 정도다. 함께 달릴 무리(러닝 크루)를 찾고, 고기능성 장비를 갖추는 것, 한강 달리기로 내공을 축적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됐다. 러닝 열풍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각자도생 시대가 되면서 정신 건강도 중요해졌고, 몰입의 기쁨을 느끼는 달리기 열풍이 불었다는 설도 나온다. 뛰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퇴직을 앞두고 홍천 근무를 자원하고 내려와 아예 정착한 공무원을 만났다. 홍천에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을 물었더니 “매일 저녁, 배우자와 홍천강 주변을 1시간씩 산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강이 이렇게 매력적인 콘텐츠였나, 의외의 답변이었다. 그는 “최근 2~3년 사이 물이 맑아져 좋아요. 산책로 조명도 더 밝아지고, 더 잘 가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 매일 저녁, 제법 큰 강 주변을 달리거나 산책할 수 있는 지역은 그렇게 많지 않다. 희소성이 있다. 우리는 그 가치를 얼마나 알아보고 있는 걸까. 이후 퇴근길에 보니 홍천강을 뛰는 20~30대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센강 달리기, 한강 달리기뿐만 아니라 홍천강 달리기도 하나의 문화가 됐으면 한다. 올해 3·1절 건강달리기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는 89세 홍천 영귀미면 어르신이었다. 매일 홍천강을 뛴다는 그는 5㎞를 가뿐히 완주할 정도로 정정했다. 초고령화 지역에서 홍천강 달리기가 ‘장수와 회춘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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