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5년 10월 14일, 강원특별자치도 최초의 고속도로인 영동고속도로가 전 구간 완전 개통됐다. 경인고속도로(1968)와 경부고속도로(1970) 이후 세번째 고속도로다. 이후 반세기 동안 확장과 개량을 거듭하면서 강원도의 산업·관광·물류 지형을 송두리째 바꿨다. 올 연말에는 용문~홍천 광역철도와 삼척~강릉 고속철도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원도 사회간접자본(SOC)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과거 고립을 극복한 길에서 출발한 후 사통팔달의 허브로 자리잡은 영동고속도로는 이제 미래 통일시대 글로벌 강원으로의 성장을 이어갈 디딤돌로서의 기능을 기대케 한다.
■1971년 착공~1975년 개통, 97㎞·832m 대관령 돌파=영동고속도로 건설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19621966)부터 논의됐다. 당시 강원도는 국내 최대 석회석과 무연탄 매장지였지만, 비포장 국도와 험준한 고갯길로 수도권까지 운송이 지체됐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1년 착공, 1975년 개통을 성사시켰다. 당시 새말~강릉 97㎞ 구간은 대관령 해발 832m를 넘어야 하는 최대 난공사였다. 기술 한계 탓에 급커브와 경사가 많아 제한속도가 시속 40㎞에 불과했지만, 수도권~강릉을 직접 연결한 상징적 성과였다. 개통식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영애 박근혜가 참석한 개통식은 이 도로가 갖는 국가적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후 왕복 2차로로 사실상 국도 수준이었던 영동고속도로를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단계적 확장을 거쳐 전 구간 4차로 체계로 개량했고, 이후 수도권 구간의 교통량 급증으로 왕복 6차로, 8차로, 10차로까지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서울~강릉 8시간 30분→3시간 30분, 이동시간 5시간 단축= 도로 개통 직후 원주 우산농공단지 등 제조업 기반이 싹텄다. 강원 내륙 자원이 도로를 통해 수도권 건설 현장으로 실려 가면서 국가 산업화에 직접 기여한 것이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강릉 이동 시간은 8시간 30분에서 3시간 30분으로 줄었고, 동해고속도로(강릉~묵호)까지 함께 개통돼 강릉~묵호 이동시간도 1시간 30분에서 30분으로 단축됐다.
■‘관광객 급증·특산물 공급 확대, 농가 소득 상승’=여름이면 수도권 가족 단위 관광객이 강릉 경포해변과 속초 설악산으로 몰려들었다. 강원 관광산업은 급성장했고, 숙박·요식업 같은 서비스업이 활기를 띠었다. 동시에 횡성 한우, 평창 고랭지 채소, 양양 송이 같은 특산물이 신선한 상태로 수도권 시장에 공급됐다. 농가 소득이 늘면서 ‘강원도 농산물 브랜드화’가 본격화된 것도 이 시기다.
김재진 강원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영동고속도로 개통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강원의 산업·관광 구조를 뒤흔든 사건"이라며 "용문~홍천 광역철도와 같은 신규 SOC 사업도 영동고속도로와 같이 지역의 산업·관광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